제목 그대로 지난 1주일의 바쁜 시간끝에 주기적으로 느끼는 여유를
생각하며 무엇이나 손에 잡히는 제목을 찾던중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서가를 한번 훑어본다. 역시 책은 구원의 여신이다. 모든것은 책에서
해결되니 우선 책을 뒤지지 않을수 없다.

눈에 들어온 책은 최근에 어떤 일본의 대학교수가 다녀가면서 전해준
동남아제국의 시찰 보고서이다.

그 대학은 일본에서도 군소대학에 속하는 작은 학교이며 책을 전해준
교수는 재일교포로서 고교를 마치고 단신 도일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이제는
그 대학의 중견교수로 자리잡은 분이다.

손에 잡은 동남아시아 경제조사보고서는 6인의 각각 다른 전공교수가 그
지역전반과 특정국가에 관한 경제 사회 역사에 관하여 비교적 형식에 얽매
이지 않은 연구보고가 앞부분에 게재되고 나머지 부분에는 현지조사보고와
방문기관에 관한 설명과 기관인사와의 면담내용을 현장사진과 함께 생생
하게 정리하여 수록하고 마지막부분에는 귀국후 좌담회를 개최하고 그 대담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서 필자 자신이 마치 편지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껴
아직 가볼 기회가 없었던 동남아 지역을 갈때는 반드시 다시 한번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분은 연전에도 같은 대학교수 여러사람을 인솔하고 한국을 방문해 우리
대학을 비롯하여 단체 기업등 여러기관 인사들과 만나고 자료를 수집하여
귀국보고서를 작성하여 보내준 일이있다. 그때 받아본 귀국보고서도 우리
경제에 관한 종합적 상황을 너무나 생생하게 정리한 것이어서 많은 국내
기관에서 보내주는 자료에 묻혀 있으면서도 일본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파악
하는 것이 현장중심의 감각면에서는 국내학자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착각
(?)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일요일 아침의 여유를 되살리며 우리의 요즘 생활을 반성해보는 시간으로
상상을 이끌어 본다.

너무나 많은 해외여행과 현장방문 시찰이 우리주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으로 인한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이 너무나 많은것 같다. 정치인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의 해외시찰을 비방하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왜 이분들의
해외여행을 매스컴은 이상한 눈으로 보는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대학
에서도 교수들의 현장감각의 부족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와 반대로 현장연구
의 비공개와 연구업적과의 무관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또 여러기관
에서 배달되는 지역연구가 유사한 2차자료를 편집하여 추상적이고 기계적인
논리와 결론을 반복제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또 무성한 각종 학술모임
에서 토론을 기록하지 않고 넘어가는 풍토도 생각해 본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결정의 많은 부분은 현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
현장을 모르고 계속 다른사람의 생각을 자료로 하여 현상으로 이해하고
그런 선입견을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하여 편견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현장에 파묻혀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뜻을 이해하려고도
하지않고 또 그때문에 마침내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그위에 생각과 행동을
바꿀 능력을 상실해 버리는 경우를 두고 우리의 주위와 자신은 어떤부류에
속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학문연구도 그 현실적 바탕의 차이를 모르고 개념의 전개만으로 일관할때
설득력을 상실하며 실무도 자신의 생활경험만으로는 올바른 지도력이 발휘
될수 없는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나 그이전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많은 대화내용과 자신의 경험과 생각
을 요령있게 정리하고 공개하여 경험을 서로 교환하는 일에 우리각자가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겠으며 이제 국제화시대를 맞이하여 넓은 세계에 관한
단순한 흥미꺼리의 관광여행 촉진용 외국기행기만큼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지역연구의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