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단이 처음으로 동구권 극단과 교환고연을 갖게돼 주목을 끌고
있다.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이 폴란드 국립극단 ''비브졔제''와 상호 초청공연
을 갖기로 압의함에 따라 오는 17일 부터 26일까지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비브졔제극단이 ''미스줄리''(스트린베리히작 크리스토프바비츠키
연출)를, 오는 94년 6월16일부터 22일까지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산울림이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베케트작 임영웅연출)를 각각 공연한다.

두 극단의 이번 공연은 한국연극이 그간 미국 영국 일본등에 비해 교류를
갖지못했던 동구권연극계와 일방교류가 아닌 서로의 장점을 배울수있는
민간상호교류공연으로 한국과 동구권 연극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있다.

비브졔제극단은 폴란드 그단스크에 있는 국립극단중 하나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내에서 명성을 얻고있는 45년전통의 극단.
우리나라에는 지난91년 내한,서울의 국제연극제에 참가해 "카리큘라"를
공연,호평을 받았었다.

비브졔제극단이 이번에 공연할 "미스줄리"는 19세기말 입센과 함께
근대연극의 기초를 마련한 작가로 평가받았던 스웨덴의 아우구스트 스트린
베리히의 작품으로 최근 현지공연당시 스웨덴정부로부터 축사를 받기도
했다. 자연주의적 분위기에 심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쇠퇴해가는 귀족가문의 여성으로 자부심이 강한 미스줄리.
상류층남성에 지친 줄리는 관능적사랑을 갈망해 보잘것없는 자기집하인
장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로인해 줄리는 파멸해간다. 하인은 줄리에게
그녀가 사랑하던 새를 죽이고 같이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말하고 집에 있는
돈을 훔쳐오라고 명령한다. 이어 줄리의 병든 마음을 치료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을 찔러 자살하는 길뿐이라고 말하는데 줄리는 최면술에 걸린것
처럼 이 명령을 받아들인다는것이 줄거리.

이작품은 한 여성의 심리를 대사위주가 아니라 그 집안의 음침하고
저주받은 운명등 눈에 보이지않는 분위기를 통해 표현한 현대심리극이라고
할수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출가 크리스토프 바비츠키를 비롯 비브졔제극단
일행10명이 오는14일 내한한다.

내년6월 극단 산울림이 폴란드에서 공연할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6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연극으로 88서울국제연극제,89년
프랑스아비뇽연극제,90년 더블린연극제등에 참가,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씨는 "당초 산울림과 비브졔제극단의 상호교환
공연을10,11월에 실시하기로 했었지만 산울림의 "새작품 새무대"기획시리즈
공연관계로 폴란드현지공연은 내년6월로 연기됐다"면서 "앞으로는 단순한
교환공연에 그치지않고 연출가등 스텝진은 물론 배우들까지 양쪽의 연극에
함께 참여시키는등 보다 실질적인 교류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