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요시노부는 프랑스를 비롯한 영국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등
오사카에 주재하는 여섯 나라의 공사들을 성에 초치하여 공동회견겸 만찬회
를 베풀었다.

회견장에서 프랑스 공사 롯슈는 여섯 나라의 공사들을 대표하여 먼저 쇼군
요시노부에게 질문식의 말을 늘어놓았다. 다른 나라 공사들이 볼때 어제
둘이서 미리 만나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는 전혀 생각되지가 않는 그런
태도였고,말투였다. 시치미를 뚝 떼고 공식적으로 외교관 활동을 펼치는
셈이었다.

"먼저 쇼군께서 지금까지 우리 서양 여러 나라와 신의를 두터이 해온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일본의 정치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그 권력투쟁에 관해서는 우리 서양 여러 나라는 관여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 결과가 어찌 되든 앞으로도 일본 정권이 계속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당장 궁금한 것이 있어서 여쭈어 봅니다. 다름이 아니라,
교토의 조정에서 정변이 일어나 막부라는 지금까지의 권력기관이 폐지된 것
같은데,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느 쪽과 외교 교섭을 해야 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점을 분명히 해서 쇼군께서 공식적으로 각국 공사관에 통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제삼자적인 입장을 견지해서 하는 말
같으면서도 결국은 어제 둘이서 얘기가 된대로 요시노부로 하여금 자기
소신을 천명하여 국제적인 재신임을 얻도록 유도해 주는 그런 단수높은
언변이었다.

곧 요시노부가 입을 열었다. 먼저 의례적인 인사의 말을 한 다음,그는
이번 조정의 정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노 섞인 어조로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자기가 교토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까닭을 얘기했다.
어디까지나 전쟁을 피하고,사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난국에 처한 일본을 바로 세워 나가려고 이미
대정을 봉환한 마당에 어찌 먼저 무력을 사용하여 이나라에 또다시 전란을
초래케 하겠느냐고 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나의 이러한 사심없는 생각과 고충을 이해해서 여러 공사
들께서는 또다시 전쟁의 불길이 솟아올라 이나라의 백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없도록 나의 평화적 해결책을 지지하여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조정의 정변은 몇몇이서 권력을 쟁탈하려는 불법적
이고 반역적인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엄연히 아직 막부가 정권의
주체라는 것을 분명히 이자리에서 천명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