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은 최근
홍콩경제연구소 후원으로 홍콩대학에서 행한 강연에서 "세계는 지금 제2의
산업혁명기를 맞고 있으며 이같은 혁명은 전세계 어디서나 자원을 조달해
세계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국경없는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월28일자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실린 그의 강연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지난 30~40년간 세계는 기술혁명과 정치혁명이라는 두가지 혁명을
경험했다. 기술혁명은 컴퓨터와 통신분야의 발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같은 기술혁명은 오늘날 전세계 어디에서나 자원을 조달해 세계를
대상으로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국경없는 기업을 탄생시켰다. 과거에는
한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모든 제품을 일괄 생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령 미국에서 자동차를 한대
구입했다고 하자. 이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이 인도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등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것이라면 과연 이 자동차가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적 관점에서 볼때 이는 매우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자원을 조달할수 없었던 곳에서
이제는 자원조달이 가능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점은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에서 찾아볼수 있다. 여기서의 인적자본은
숙련노동자의 기술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이 대부분
서구 선진국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과거에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에
한정돼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선진국 기술혁명은 저임노동력을
무기로한 다른 경쟁국들과의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는 비숙련 노동자
의 임금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반면 고도기술을 가진
숙련노동자의 임금은 크게 향상됐으며 주요 개발도상국의 숙련노동자와
비숙련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와함께 처음으로 국제적
생산체제에 진입한 국가들의 임금상승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변화는
동아시아국가들이 과거에는 경험할수 없었던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달성
하도록 만들었다.

기술혁명의 효과는 정치혁명에 의해 크게 고양됐다. 정치혁명은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그에따른 일련의 변화를 의미한다. 또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정치적 변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전세계에 걸친
이같은 두가지 혁명으로 인해 대충 25억의 인구가 세계각지의 선진국들과
새로운 상호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2백~3백년전에 일어났던
산업혁명과 맞먹는 중요한 산업상의 혁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경개방과 교역확대,상품과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교육을 비롯한 각분야의 국제간 협력증진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같은 결과는 지속적인 세계교역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실제적으로 이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즉 보호주의적 경향을 나타냄으로써 이같은
기회를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극단적인 예로 공동시장창설
움직임을 들수있다.

불행하게도 나의 조국인 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백년동안 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
합의된게 하나있다면 "자유무역은 좋은 것"이라는 것이다. 자유무역의
효과를 입증할수 있는 한예를 든다면 홍콩이 될것이다. 자유무역은 확실히
홍콩뿐만아니라 홍콩과 교역을 하는 다른 국가들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대한 일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관세와
보호주의를 옹호하는 견해도 있었다. 오늘날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에
버금가는 이합집산을 통해 이에대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그 발전과정에서 스스로
일부의 자본을 조달할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은 다른 국가들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가령 19세기 미국의
발전은 영국의 자본에 힘입은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초기단계
경제성장과정에는 막대한 외국자본의 투자가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최근의 두가지 혁명은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들로부터의 자본공급요구를
증대시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자본은 괄목할만한
획기적인 투자수익률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어느정도 이미 이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인적 자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 후진국에 속했던 국가들의 임금과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요컨대 세계는 지금 제2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호기를 맞고있다. 이러한
혁명에 대해 긍정적인 세력들이 매우 강한 힘을 갖고있기 때문에 나는
이에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있다. 이미 이러한 혁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가 그좋은 예다. 오늘날의
세계는 과거와는 전혀 딴판이다. 따라서 지금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각국 정부로
하여금 장기적 안목에서 이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정리=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