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가다모리가 말하자,요시노부는 조금 안색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런 정보가 있으면 왜 나한테 알리질 않았소?"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각하께 보고를 드립니까.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공연히 각하의 심기를 상하게 할 뿐이지요"
"그게 왜 별일이 아니요?"

"그런 말이 떠돈다는 것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
입니다. 정말 그와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를 생각이라면 절대 비밀로 할게
아니겠어요. 그런 말을 입밖에 내어 지껄여서 우리 귀에까지 들어오도록
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갈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소생이 그런 말을
들은 뒤부터 각하의 경호를 물샐틈 없이 하고 있지요.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각하,그일에 대해서는 아무 심려 마십시오"

"아,그렇소? 정말 고마워요. 난 그런 줄을 전혀 몰랐구려"

자기의 경호를 종전보다 한결 철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게 좀 미안한 듯 요시노부는 그제야 얼굴에 기분이 풀리는 그런 웃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물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오사카성으로의 이동을 군사들에게 설득시키는게
좋겠소?"

그 물음에 대해서는 가다모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자기는 오사카성
으로의 퇴각을 반대하는 터이니 말이다.

대신 이다쿠라가 입을 열었다.

"소생 생각에는 오사카성으로의 이동에 대해 납득이 가도록 소상히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던 나가이나오무네가 불쑥 입을 열었다.

"현시점에서 구구한 설명을 늘어 놓는다고 해서 군사들이 이해를 할 줄
압니까. 안됩니다. 구차한 변명을 말라고,오히려 더 격앙되어 정말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작전상 후퇴라고,이동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오사카에 가서 에도에 있는 군사를 불러올리고,친막부
진영 군사들을 모조리 규합해서 천하를 판가름하는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요시노부가 듣기에는 기만술에 불과했다. 그는 전쟁은 곧 상대방의
함정에 빠져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당장
오사카성으로 무사히 옮겨가기 위해서는 그런 기만술을 쓰는 도리밖에 없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