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상이나 계약조건의 변경 등 상가건물주인의 `횡포''로부터 세
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칭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이 한 장애인부
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내덕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백상기(42)씨 부부는 몇
차례에 걸친 건물주의 보증금 및 월임대료 인상에 지쳐 이에 응하지 않다
가 최근 건물주의 가옥명도 소송으로 권리금까지 포기하고 건물을 비워줘
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소아마비로 모두 다리를 저는 이들 부부는 20평 건물에 방 한 칸을 꾸
며 두 자녀와 함께 살고 나머지 공간은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백씨는 91년 7월 보증금 2백만원에 월 30만원씩 주기로 계약하고 이 건
물에 들어와 반년 뒤 건물개보수비용조로 보증금을 1백만원 올려줬다. 그
러나 건물주는 이듬해 월임대료를 4만원 올린 뒤 불과 나흘 만에 다시 월
6만원을 더 요구했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는 보증금 2백
만원과 함께 월임대료를 10만원 인상하겠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건물계
약 2년 만에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2.5배, 1.5배나 오르게 된 것이다.
백씨는 이런 건물주의 요구에 지친 나머지 이 요구를 거부한 채 청주도
시산업선교회의 도움을 받아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백씨가 구상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뼈대가 비슷
하다.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최소 계약기간을 2
년으로 정하고 계약기간내 임대료 인상률이 5%를 넘지 못하며 1년 안에
계약조건을 갱신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세입자 보호에 일정한 효과를 발
휘하고 있으나 이 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만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가칭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최저 계약기간과 임대료 인상률의 상
한선, 권리금 보호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담아 영세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백씨의 주장이다.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사흘만에 1백52명의 상인이 호응해주었다.
백씨는 서명인원이 1천명이 되면 국회에 청원해 법률안으로 발의시킬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관계자는 "상가 세입자들의
억울한 상담이 자주 들어오지만 상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
해 안타까웠다"며 "전국 단위의 시민단체가 영세상인을 보호할 법률 제
정에 앞장서 여론 환기와 국회 청원 등을 주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