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긴축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중국당국은 지난 7월 부터
실시해온 긴축정책이 3개월이 지난 지금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고 판단,
그 고삐를 늦추기 시작했다.예전같은 고속성장으로의 전환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긴축이 지속되면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중국정부는 당초 굉관조공이라는 거시경제
조절정책을 실시할때부터 이정책이 지난 89년에 있었던 강력한 긴축정책
(치이정돈)과는 성질이 다름을 암시해왔었다.

지난 3개월간의 경제정책 성과는 비교적 뚜렷이 나타나고있다.

지난 9월중 인플레율은 20.7%로 올들어 첫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한햇
동안 30%나 증가했던 통화증가율(M2 기준)도 연23%로 떨어졌다. 건축자재
가격도 진정되고 있다. 지난6월 t당 4천1백원(7백10달러)에 이르렀던 강판
값은 현재 3천50원(5백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7월초 달러당 인민폐환율은 1대10.7 이었으나
지금은 1대 8.5수준이다.

주정경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은 "예금이 늘어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긴축완화로 자금사정이 많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다. 3.4분기중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백억원
늘어난 1천3억원에 이르렀다.

중국당국은 긴축정책의 요체가 방만했던 재정금융상태를 안정시키려는
것이지 경기 전체를 위축시키려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긴축정책의 여파로 야기된 중국 각 기업의 조업단축
사태는 결코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는 곧 수출경쟁력으로 이어져
올들어 9월까지 중국의 무역적자가 69억7천만달러에 이른 한 원인이
되었다.

서방소식통들은 "주용기부총리가 긴축정책을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 그
완급을 조종하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물론 등소평의
지시라는 이야기다.

주용기부총리는 등의 절대적인 후원으로 중국경제총수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경제정책이 당원로들의 지지를 골고루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와 견해를 달리하는 그룹이 너무 많은데 문제가 있다. 한쪽에선 더
강력히 긴축정책을 실시하라고 몰아세우는가하면 다른 한쪽에선 지금의
경제숨통죄기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반기를 들고있다.

중국언론보도도 이에 발맞추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바람은 하루는 왼쪽에서 불고 하루는 오른쪽에서 분다"는 정계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바람을 잠재우기위한 등소평의 지휘가 시작된 것이다.

주용기의 경제개혁이 피크에 달했을때 항상 이붕총리의 사임설이 나왔듯이
주용기의 경제정책이 실책으로 판명됐을 경우 등이후 파워게임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배려도 내포된것이다.

더구나 오는 11월 중순엔 중국공산당 제14기 중앙위원회 제3차전체회의
(14기3중전회)가 열린다. 이 회의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채택했던 지난해 10월의 당대회만큼이나 중요한 회의다.

따라서 이번 긴축정책완화지시는 14기3중전회를 앞둔 등의 포석이기도
하다.

"개혁과 개방" "시장경제원리도입"등에 반대되는 중앙집권식 굉관조공은
이제 서서히 완화하겠다는 신호다.

3개월간의 긴축정책실시로 방만한 경제질서(특히 금융질서)는 회복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제도개혁에 중점을 둘것으로 보인다.

강택민총서기는 최근 광주에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개혁.개방을 추진
하자"고 강조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했다.

따라서 이번 14기3중전회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심화.성숙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위해 중국당국은 국유기업의 주식회사화,
중앙과 지방의 세금분리,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직능분리,환율의 통일,
공평한 세금부과등 혁신적인 경제제도 개선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의 현정택경협관은 중국고위소식통을 인용,"현재 실시되고
있는 굉관조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그에대한 완급의 조율이 시시때때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한국기업들은 중국경제정책변화를 그 어느때
보다도 주시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북경=최필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