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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산업정책연구소(이사장 김상영)는 20일 하얏트호텔
에서 ''한-중무역의 현황과 전망및 우리의 기술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강연회
를 가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호길 포항공대학장의 강연내용을 요약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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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질서는 이제 정치이념보다는 경제력에의해 재편되고있다. 경제력이
자연자원 자체 보다는 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로 좌우된다고 볼때
기술은 우리의 사활이 걸렸다고 할정도로 중요하다.

기술은 홀로 발전할 수가 없다. 기술발전은 우선 산업이 형성돼야
가능하다. 좋은 물건을 팔려고 할때 보다 나은 기술이 개발되는것이다.
국내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1950년대에 벨연구소같은 우수한
연구소가 국내에 있었더라도 기술발전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을 활성화시켜야 하는것도 이때문이다.
우리가 과거 인위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면서까지 산업발전을 꾀한것은
이같은 점에서 잘한 일이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산업자체가 기술발전을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국내에
원자력산업이 있지만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산업이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기술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기업 정부
대학등 3자가 제각기 해야할 일이 있다.

기업은 선진기술도입에 더욱 적극 나서야한다. 우리는 기술에 아직도
구멍이 너무 많다. 경제성을 고려해 기술도입과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할때이다.

일단 도입된 기술은 우리것으로 소화해야한다.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선진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것이 중요하다. 이를
게을리할경우 국내기업은 수많은 선진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외국부품을
수출해주는 대행업체"라는 오명을 씻기 힘들것이다.

도입기술의 소화와 이의 개량을 통해 기업은 자기만이 경쟁력을
갖출수있는 기술을 찾아야한다. 이같은 기술이 없고서는 높아지는
기술장벽을 넘기 어렵다.

기업은 또 기술중시의 인사제도를 과감히 도입,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할것이다. 온전한 공학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의경우 10년정도 한분야에서
일하면 세계를 꿰뚤어볼수있다. 국내기업은 이같은 환경을 주지않고있다.
지금까지 여러분야를 거치도록해 관리자만을 키워온게사실이다. 한분야의
기술자로서 평생 일할수있는 터를 마련해주는것이 기업의 몫이다.
"귀신"같은 기술자가 많을때 그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선두주자로
나설수있게된다.

이같은 기업의 노력에 부응,정부는 개발된 기술을 보호하는데 힘써야한다.
기술개발은 자체가 갖는 의미 이외에도 선진국의 기술장벽을 낮추는
간접효과를 낳기도한다. 신기술 개발업체가 외국의 덤핑공세로 힘겨워
할때 정부는 도움을 줘야한다.

또 기술보유자의 창업을 지원,기술을 중시하는 기업풍토를 조성하는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돼 기업이 투자하기 꺼려하는 기초기술분야의
개발에도 앞장서야한다. 이를위해 대학에 과감히 투자,기초기술을 습득한
인력을 배출시키고 이들을 기업에 보내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경우 지금처럼 엉터리 졸업자를 양산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졸업자를 데리고 일해야하는 국내기업은 외국기업보다 한발 뒤처져서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것이다.

우수인력배출을 위해 지금의 획일적인 국내대학이 다양화되고
특성화되는것이 필요하다. 학사양성중심의 대학,석박사를길러내는데
힘쓰는 대학,어느한분야에 있어서는 어느대학에도 뒤지지않는 대학등이
생겨나야한다.

국내 필요인력을 외국의 우수대학졸업자들에게서 찾아서는 안된다.
미국의 대학은 미국산업에 기여할수있는 인력을 양성한다. 국내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을내놓을수있는 대학이 국내에도 많이 늘어나야한다.

이처럼 기업 정부 대학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해낼때 국내기술은
선진수준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