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천황의 외조부이며 의정인 나카야마 다다야스가 의장직을 맡아
회의는 시작되었다.

먼저 나카야마가 개회사를 늘어놓았다.

"여러분들이 다 잘 아시다시피 오늘은 참으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구시대가 가고,새로운 시대가 우리앞에 활짝 열린 것입니다.
도쿠가와막부가 정권을 봉환하여 삼백년의 통치를 마감하고,오늘부터
명실공히 왕정이 복고되어 우리 일본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새로운 황국(황국) 일본을 만들어나갈
유신정부의 일꾼들입니다. 그 임무가 참으로 중차대합니다. 아무쪼록
왕정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 만세에 흔들림이 없는 국가를 건설할수 있도록
성지(성지)를 받들어 각자 공의(공의)에 적극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회사가 끝나자,대뜸 야마노우치가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입을 열었다.

"오늘이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셨는데,어찌하여 이 역사적인 날에 물러가는
당사자인 도쿠가와 요시노부 쇼군을 참석시키지 않았습니까?일을 이렇게
해가지고 진정으로 역사적인 날이 될수 있을것 같습니까?"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어서 그의 얼굴은 대번에 벌겋게 피어올랐다.

장내에 별안간 숨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여인 오하라 시게도미(대원중덕)가 재빨리 반박을 하고 나섰다.

"무슨 까닭으로 귀공은 이 뜻깊은 회의의 벽두부터 찬물을 끼얹듯 그런
말을 꺼내는 거요?" "왜 내말이 틀렸나요?의당 요시노부 쇼군도 이자리에
참석해야 되지 않느냐 말이오. 그래야 일이 제대로 해결이 되지,당사자도
없는데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일이 원만히 이루어질것 같소?"
"요시노부는 믿을수가 없어요. 정권을 봉환한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그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다 짐작하는바 아닙니까. 결코 천황폐하에
대한 충성심에서 한 일이라고 볼수가 없다 그겁니다. 그러니까 그가
진정으로 충성심을 내보이기 전에는 회의에 참석 시켜서는 안돼요"
"어떻게 해야 충성심을 내보이는 건가요?충성심을 시험이라도 해본다
그건가요?" "그렇죠" "어떤 방법으로?" "그가 쇼군 자리를 내놓기는
했지만 그것은 다른 명칭의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잖아요.
그러니까 쇼군 자리만 내놓을게 아니라,납지(납지)까지 해야된다
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