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후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한 47개 기업중
부실에서 허덕이는 기업이 적지않고 각종 금융세제상의 혜택에 대한 의무로
부과한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18개에 달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6일 국회재무위원회에 낸 산업합리화업체의 재무상태자료에
따르면 이들 47개 기업중 자기자본을 까먹고 있는 기업은 진흥기업
삼익주택 한진해운남선물산등 19개나 된다. 당시 합리화업체로 지정하면서
10년정도의 오랜기간 은행빚 상환을 유예하고 세금감면 혜택도 주었는데도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은셈이다.

또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는 17개나 된다.

자본을 잠식했거나 당기순손실을 낸 기업을 합하면 23개로 이들에 대한
은행빚은 4조1천3백39억원에 달한다. 이는 사실상 받기 어려운 부실채권
이라고 볼수도 있다.

재무위원들은 이들기업이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며 회생가능성을
재심사,정리대책을 강구하라고 이용성은행감독원장을 몰아쳤다.

산업합리화업체는 지정당시 일정금액의 자구노력의무를 떠안았다. 금융및
세제상의 특혜에 대한 응분의 숙제라고 할수있다. 보유부동산을 팔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내용들이다.

지난 6월말현재 이들기업중 18개업체가 자구노력을 하지 못한것으로
나타났다.

벽산개발 한국국토개발 국제상사 삼익주택 삼익건설 성창기업 태평양건설
고려개발 라이프주택개발 범양상선 연합철강공업 한신공영 경남금속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부과받은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대부분 부동산이다.
진흥기업은 용인에 있는 대지 5천8백92평,건물 1천2백90평을 팔지 않았고
삼호는 서초구 내곡동 공원용지 11만1천7백81평을 매각하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불성실한 업체로 비쳐지지만 이들이 땅을 팔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이들은 팔지 않은게 아니고 팔려고 노력했으나
못했다고 주장한다.

자체적인 매각이 안돼 성업공사에 넘겼지만 부동산경기침체로 원매자가
없어"못팔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컨대 한일은행이 주거래인 고려개발은 경남 거제에 있는 땅 9만8천7백54
평을 팔도록 되어있어 성업공사에 넘겨 공매를 실시했음에도 계속 유찰돼
안팔린다는 것이다.

산업합리화업체가 받은 각종 금융 세제혜택은 이들이 정상화돼 국민경제에
기여한다는 보장이 없는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간다. 국정감사때나
한번 다루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