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호가 당초의 기세를 꺾으면서 저속운항이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추진위원회에서 경제기획원이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전망을 빌려 올해 경제성장을 당초의 6%보다 낮은 4.5%로 사실상
수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신경제계획의 수정여부에 대한 경제팀의 입장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신경제계획은 절대 수정할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이 KDI를 내세워 각종 거시지표를 바꾸면서
"신경제계획은 절대 수정할수 없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일 뿐이다.

어쨌든 이번 신경제추진위회의에서 분명히 한 것은 올해 우리경제의 모습이
신경제계획에서 그렸던 그림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정부의 경기활성화조치가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와
통한다. 정부예산을 줄여 공공투자를 조기에 집행함으로써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던 계산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정부측의 설명은 "전망치에는 못미치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예로
작년 4.4분기의 2.8%를 저점으로 올 1.4분기에 3.4%,2.4분기 4.2%에서
하반기에는 5%대로 회복된다는 점을 들고있다. 그러나 올 6%성장은
물론 내년 7%성장은 "물건너 갔다"는 데에는 정부도 이의를 달지못하고
있다. 성장률이 이처럼 예상외로 부진하게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하다. 우선 금융실명제실시와 냉해를 꼽을수 있다. 실명제로
약 1%포인트가량 성장률이 낮아지고 이상저온으로 0.4%포인트정도
떨어졌다는게 KDI의 공식분석이다.

물가와 국제수지도 당초 계획치에서 벗어나기는 마찬가지다. 5%내에서
억제하겠다는 소비자물가인상은 억제선을 넘어 5.4%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국내 경기부진으로 수입이 줄어 국제수지는 예상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 경제실적이 나쁠것이 분명함에도 정부는 우리경제를
비관적으로 보지않고 있다. 올해는 신경제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나
내년에는 정상궤도에 진입할것이라는 얘기다. KDI의 내년 경제전망도
신경제계획의 총량지표에 꿰어맞춘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년 성장률을 6.5~7.2%로 잡은 것이나 설비투자증가율을 최소
0.6%에서 최대 4.5%까지 전망한 것에서 이를 읽을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성장등 각종 지표모양이 좋지 않다는데 있는 것만이
아니다. 경제계및 각계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앞으로의 정책방향등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에 대한 대응책으론
고작해야 해외증권발행한도를 확대해 대기업의 금리부담을 덜어준다는
정도다. 이밖에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이 난 공공사업조기
집행이 포함돼 있는것을 꼽을수 있다.

공기업민영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거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을 들수 있으나 이를 경기대책으로
볼수는 없다. 도로 공항 건설등에 민자유치를 한다고 하나 법제정이
이뤄지고 시행에 들어가려면 내년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공기업
민영화방안도 1~2년사이에 쉽게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아직은
중장기과제로 보는게 옳다.

한마디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땅한
정책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상황에선 "무책이
상책"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민간업계에서 KDI의
내년전망이 지나친 장미빛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올해처럼 국민들에게 부푼 기대만 안겨주고 그래서 내년에도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실망만 크게 만들수있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이 4%수준을
가까스로 넘는 상황에서 내년엔 7%의 성장을 하리라는게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경기수준을 정확히 판독해야할 시점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실명제와 냉해로 경제의 흐름이 빗나갔다면
늦기전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주문이다.

다시말해 신경제계획의 골격도 이 시점에서 면밀히 재검토한뒤 더할
것은 더하고 뺄것은 빼야 한다는 의견을 신중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공투자 조기집행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시나리오가
역부족이었다면 이 정책 역시 수정할수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신경제
시나리오에만 집착하다간 신경제의 기반이 흔들릴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시해 버릴 일만은 아닌 것같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