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키히메라는 그 궁녀는 이와쿠라가 황실에다가 박아놓은 심복,즉
끄나풀이었다. 그 끄나풀을 통해서 그는 시골로 가서 은거를 할 때도
황실과 조정의 움직임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쓰키히메가 다시 찾아온 것은 두어 시간이나 지나서였다. 그녀가 올
때까지 지사들은 모두 돌아가지 않고,기다리고 있었다.

쓰키히메는 나카야마 다이나곤의 회신을 받아가지고 왔다. 서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낮의 회의가 밤까지 연장된 것이니,마음놓고 잠을 자게. 그리고 내일
아침 예정대로 일어나도록 하게"

암호문식 질의에 대한 역시 암호문식 회답이었다.

다이나곤인 나카야마다다야스는 메이지천황의 외조부로 왕정복고파의
중추적인 인물이었다. 조정내의 왕정복고파를 이끌고 있는 터이라,바깥의
이와쿠라와도 은밀히 통하고 있었다. 내일의 거사도 그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려는 것이었다.

이와쿠라가 쓰키히메에게 말했다.

"낮의 회의가 밤까지 연장된 것이라잖아"
"아,그래요!"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지. 별안간 야간회의라니,놀랬잖아"
"정말 죄송해요. 저는 낮의 회의는 끝나고,별도로 밤에 또 회의를 소집한
줄 알았지 뭐예요. 그래서 무슨 비상회의인가 싶어서 우선 알려드리려고
달려왔었어요"
"좋아,그런데 회의 내용은 뭔지 알아봤나?"
"예,공부와 열번회의의 구성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하더라구요"
"공부와 열번회의의 구성이라.그럼 요시노부의 구상을 구체화하려는 거
아냐. 흥!할테면 해보라지"

이와쿠라가 코방귀를 뀌며 말하자 사이고도,
"내일이면 도로아미타불일걸"
하고 맞장구를 치듯 말했다.

이와쿠라의 지시에 의해서 사이고와 오쿠보만 남고,다른 지사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내일의 거사를 위해 제각기 자기 거처로 돌아갔다.

그날밤 조정에서의 회의는 대정봉환 이후의 일본의 새로운 정치체제에
대한 논의였다. 여전히 친막부파가 주도권을 잡고 요시노부의 구상대로
권력형태를 만들어 나가려는 것이었다.

논의는 끝없이 이어져 나가,나중에는 조슈번의 사면 입경문제로 입씨름을
하며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결국 아무 결론 없이
다음으로 미루고,새벽녘에 산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