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노인네들이 식사를 하고나면 "내 입맛이 변했기 때문인지
음식맛이 전과 같지않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면 "입맛이
변하셨기 때문이겠죠"하고 무심코 받아 넘겼었다. 그러나 노인네들 불평이
입맛의 탓이 아니라 가짜 "우리 농수산물"때문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고래로 지방마다 특유한 특산물이 있어 왔다. 가령 경기도
안양의 포도,연평도의 조기,가평.양주의 밤,강원도 인제의 꿀,춘천의 잣과
꿀,충남 한산의 모시와 성환의 참외,간월도의 어리굴젓과 전남 영광의
굴비,나주의 배,그리고 경북 울릉도의 오징어와 대구의 사과등 예를 들자면
한이없다. 서민으로서는 철에 따라 각지방의 특산물을 맛보는 것이
조그마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요즘 미국 알래스카산 "영덕게"와 중국산 "금산 인삼",남미
포클랜드산의 "주문진 오징어"등 가짜 우리 특산물이 시중에 넘치고 있다니
노인네들의 예민한 미각에 놀랄 뿐이다.

이들 가짜 "우리 농수산물"은 밀수된 농수산물이거나 정식으로 수입된뒤
국산으로 둔갑하여 시중에 유통됨으로써 선의의 소비자와 농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있고 상인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금년
8월말까지 적발된 밀수 농수산물만 109억9,600만원어치나 되고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200억원어치가 훨씬 넘을것으로 추산된다니 그규모를
짐작할만 하다.

그뿐 아니라 인삼을 경작하는 농민들이 최근 국내 인삼제품회사가 대부분
밀수입된 값싼 중국산미삼등을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당국에 원료구입처를
밝혀달라고 호소하고있다는 소식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얼마전 물의를
일으켰던 사료용으로 수입된 귀리를 이유식에 전용했던 일에 비견할만한
발상이라 할수있다. 한마디로 상품의 품질이나 메이커의 신용도등은
안중에 없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다.

초점은 외국의 값싼 농수산물을 밀수입한 사실과 그 값싼 농수산물을
국내최고의 특산물로 위장하여 판매한 사실로 집약할수 있다. 정부당국은
농수산물의 밀수를 철저히 단속할것은 물론이고 가공단계에서 국산으로
둔갑하거나 국산과 뒤섞여 유통되는 것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