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영부영 다 보내는가 싶다. 벌써 3.4분기를 추석연휴로서
마감하게 되었다. 캘린더의 붉은 공휴일표시는 3일이지만 실제로는 5일간
휴무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일감도 적은판에 잘됐다싶어
종업원을 더 놀리는 업체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이렇다할 보람있는 일도
해놓지 못하고 놀면서 마감하게 되는 3.4분기,그래서 휴식은 오히려
허전하다.

휴식의 진정한 기쁨은 땀흘린후에 온다. 강요된 실업자에겐 참다운
휴식이 있을리 없다. 전투없이 승리에 이르지 못하는 것처럼 노동없이는
휴식을 즐길수 없는 것이다. 쉬운 말로 일할때 일하고 놀때 노는 엄격한
구분이 휴식의 재창조기능이다. 일하는것 같지도 않고 노는것 같지도 않은
어정쩡한 혼동이 생산과 휴식을 다같이 저해한다. 그러므로 휴식의 문화와
노동의 문화는 동전의 앞뒤와 다름없다.

직장인들은 휴식때 짜증과 피로에 시달리다 그 피로를 풀기위해 월요일에
직장에 복귀한다는 역설도 있다. 직장이 피로를 푸는 쉬는 곳인가 묻지
않을수 없다. 실제로 월요병이 존재하고 이럴 경우엔 제품의 불량율도
높아진다. 직장은 생산하는 곳이고 안식은 가정에 있음을 분명히 할
때이다.

새로운 창조의욕을 충전할수 있는 휴식의 문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무조건 많이 놀며 고성방가하는 것이 휴식은 아니다. 일과 휴양의 시간적
밸런스가 중요하며 어떻게 휴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여가의 참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휴식이 사회적으로는 생산적이어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자기충전의 기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잠을 자는 것도 휴식의 큰 부분이다. 그런데 잠을 너무 적게
자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잔다고 하여 좋은 것도 아니다. 경험적으로는
하루 8시간 자는 것이 이상처럼 되어있다. 미국에서 조사된바에 의하면
평균 8시간 자는 사람의 사망율을 1로 했을때 4시간이하 자는 사람의
사망률은 2.8배이며 매일 10시간이상 자는 사람의 사망률은 1.7배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자살로 죽는 사람의 경우는 하루 10시간이상 자는
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활동과 휴양의 밸런스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아주 긴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노동과학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여도 일과 휴양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만성피로 기력감퇴 노동의욕저하 신체부조화를 유발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여기에서도 과다한 노동이 문제지만 과소한 노동도 기력과
의욕감퇴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루 8시간노동을 기준으로 할때 잔업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신체나
정신적으로 최적의 상태는 하루 1시간반가량의 잔업,즉 월40시간전후의
잔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일과 휴양이 밸런스를 갖춘다고 한다.

미국의 노동실태를 봐도 거의 매일 잔업하는 사람이 28%나 되며 휴일에도
출근하여 근무하는 사람이 19%에 이르고 있다. 근로에 대하여 철저한 것이
값진 여가를 얻을수 있는 방법임을 시사한다.

여가를 어떻게 활용해야 만족도를 높일수 있나 하는 점도 휴식문화향상을
위해 긴요한 과제다. 미국의 근로자들은 81%가 자신들의 여가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여가를 집손질 가사 육아등 가족과 집을
중심으로 보내고 있다. 반면에 일본근로자들은 45%가 자신들의 여가생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들은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집밖으로 나가
개인적 취미에 몰두하는것이 많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일본인들이 여가를 더많이 즐기는것 같은데 불만은 더 높고
집에 매여있는 듯한 미국인들이 오히려 여가에 만족하고 있다. 이것은
집을 중심으로 한 여가의 생산적 활용이 진정한 정신적 휴양임을
말해주고있다.

우리들의 여가활동은 어떤가. 휴일이면 산과 계곡 강변등엔 사람들이
메어지고 웬만한 길은 자동차홍수를 이룬다. 굶은 사람들처럼 포식하며
마셔대고 고스톱판을 벌인다. 심지어 버스안에서도 질탕하게 가무를
펼친다.

참으로 북새통처럼 요란한 것이 우리의 여가풍속이다. 이것은 휴양이
아니라 피로의 증폭이다. 이래서 직장에 나가 피로를 풀려고 하니 일과
휴식이 뒤죽박죽이 된다.

3.4분기 마감과 4.4분기 시작을 추석연휴로 치르게 되는 이번주는 어쩌면
전부 허송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월.화.토요일 만이라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을 얻는 길이다. 일과 휴식을 분명히 구분하는 분별력이
미끄러지고 있는 경제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