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 전격적인 최고회의 해산과 조기총선 포고령으로
러시아 보혁 대결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보리스 옐친 대통령
은 22일 군부와 지방세력을 장악했다고 선언하고 정부요직을 개편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에서 가두연설을 통해 자신이 중앙및 지
방정부는 물론,사태 해결에 최대 변수가 되고 있는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주요국과 독립국가연합(CIS)국가들이 옐친에 지지입장
을 표명한 가운데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과 중앙행정부서, 중앙은행도 이
날 옐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지지대열에 속속 동참함으로써 옐친의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회의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진 그라초프 장관은 이날 행한 발언에서 군
부는 대통령을 전폭 지지한다고 말했다.중앙은행의 관리들도 옐친 대통령에
게 복종할 자세임을 분명히 했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예고르 가이다르 경제담당 제1부총리에 경제장관직무대
행을 겸직시키는 것을 포함,보수파의 대항정부 구성으로 혼란을 빚고있는
정부요직의 진용을 정비했다.
반면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내세운 최고회의는 이날
군중집회를 통한 여론 환기와 대응조치 마련에 부심했으나 지지를 받고 있
다는 구체적 언명을 회피해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최고회의는 이날 자신들을 보호할 군부대의 출동을 요구하고 옐친 대통령
을 따르는 장교들의 처벌을 경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그라초프 국방
장관의 향후 명령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보수파 진영은 시베리아를 포함한 몇
몇 원격지역에서만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중심가인 푸시킨 거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러시아 지역
지도자들의 대다수는 나의 단호한 행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들
과 접촉한 결과 단지 한,두사람 정도가 아직도 회의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부나 내무부 보안군내에는 아무런 분열도 없다"고 강조하면
서 러시아 시민들은 "12월에 있을 최고회의 또는 새로운 의회선거에 대비
해 줄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
이날 옐친의 모스크바 시내 순행에는 그라초프 국방장관과 빅토르 예린 내
무장관이 대동함으로써 그가 군부의 지지를 얻고 있음을 확실히 뒷받침했
다.예린장관은 근위부대의 성격을 가진 내무부 보안군을 관장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의회 해산 포고령을 발표한지 하
루만인 이날 루츠코의 부통령의 명령을 불법화하는 또하나의 포고령을 공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