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로 막혀 있는 자금시장을 뚫기 위해 금리자유화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 최근 나오고 있다.

제2단계 금리자유화에 계획되어 있는 2년이상 장기수신금리를 자유화하고
94년과 96년사이에 예정돼 있는 3단계에 포함된 2년미만 수신금리의
자유화를 차제에 검토해 보자는 것으로 생각할수 있다.

따라서 금리자유화 조기실시는 결국 이 2단계와 3단계로 예정되어 있는
수신부문의 금리자유화 계획을 앞당겨 시중의 부동자금을 흡수하고
금융자산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자칫 실명제로 인해 발생할수있는 금융기관기피 현상과 저축감퇴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사채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자유화의 때가 아니다. 실명제나 사정정국이라고
해야 할 현재의 금융시장상황은 어떤 정책도 수용할수 없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첫째로 꼽을수있는 것이 일부자금이 개인금고나 장롱속에서,그리고
금융기관 계좌에서 휴면상태에 들어감으로써 경제전체로서는 통화
유통속도 감소로 감지되는 자금부족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
분명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자금이 잦아드는
것이 마치 호숫물의 수위가 조금씩 빠지는 듯하다.

두번째로는 자금의 시프트현상이다. 상대적으로 예금 적금이나
채권보다는 주식이 유리하므로 투신의 공사채형 수익증권부터 줄기
시작해서 그 여파로 채권매입이 감소하고 있다.

그 때문에 채권시장이 위축되고 금리가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반영,자금이 부동자금화함으로써
단기자금은 넘쳐흐르고 장기자금은 부족하며,따라서 금리도 단기는
내리고 장기는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자금의 과부족 현상이다.

은행과 증권 단자사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신사와 중소기업 영세상공인,
심지어 대기업에도 자금이 부족하다.

부족한 중에서도 일부 기존의 신용이 우량한 기업에는 돈이 남고
긴급지원을 촉발한 한계기업에는 역시 자금이 도달할 수 없는 현실을
보게 된다.

과연 이렇게 불안하고 예측불허한 시장을 놓고 금리자유화로 얻을수
있는것이 무엇인가 반문해보아야 할것이다.

금리자유화는 금융자율화의 기본으로 금융이 제구실을 하고 은행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시점에서는 얻는것보다 폐해가 커보인다.

첫째로 안되는 이유가 금리상승이다.

장기적으로 금리를 내리거나 국제수준으로 끌어내리는것이 정책목표여야
겠는데 당장 오를것을 뻔히 알면서 대책없이 보고만 있을 금리자유화는
생각할수 없다.

실명제파동이 가라앉을때까지 근본적으로 경제전체에 유동성이
부족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때 금리를 자유화한다면 또 한번의
시장교란 금리폭등 자금부족 가중현상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단기부동자금에 관한 것이다.

제3단계에서나 생각했던 단기금리마저도 자유화하여 부동자금을
금융기관으로 환류케하고 장롱속의 돈을 끌어내 보겠다는 발상은
과도한 욕심이 아닐수 없다.

장롱속의 돈은 금리때문에 숨은것이 아니고 세금이 무서워 얼굴
드러내놓기가 싫어 숨은것이며 또 이들 자금을 장롱이나 증권쪽에서
금융기관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충분히 높아야하는데 지금
그렇게 높은 금리로 돈을 쓸 기업이 어디 있을 것인가.

결국 갈데없는 돈을 금융기관끼리 경쟁하여 금리만 높이고 금융비용만
증가시킬 공산이 크다.

끝으로 금리상승이 있을경우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져 그렇지
않아도 위태위태한 주식시장을 그르친다면 실명경제는 더 불안하게
될뿐이다.

경제가 실명제충격과 사정한파에서 벗어나고 정상적인 금융시장상태를
회복한후에 금리를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통화방식도 바꿀수 있도록
준비하고 또 기업이 국제금융센터에 접근하도록 허용해가면서 금리를
자유화하는게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