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렸다.

밤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하다 새벽6시쯤 멎었을때는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호화 별장이 많은 양평쪽 한강변 강남 사채업자 이 아무개 소유의
별장은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탤런트출신의 젊은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시체로 발견됐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것은 바로 옆에 위치한 아버지 소유의 별장에서 서울서
놀러온 대학생 창보였다. 창보는 시체를 발견하고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시체는 어떻게 발견하게 됐죠?"
양평경찰서 장형사가 창보에게 물었다.

"저희 별장에서 서울에다 전화를 해야겠는데,전화가 고장났지 뭡니까.
그래서 전화를 빌리려 이 별장에 들어왔더니 여자가 알몸으로 죽어있지
않겠어요"

여자는 목이 졸려 죽어있었다.

"학생은 별장에 혼자 내려왔었나?"

"사실은 제 여자친구도 내려오기로 했는데,눈때문에 길이 막혀서 그런지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하려고 그 별장에 갔던 겁니다"

"학생이 죽은 여자 별장에 들어갔던 시간은?"

"오전 7시입니다"

"눈이 내린 뒤군?"

"그렇습니다"
눈 위에는 발자국이 있었다.

형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족적을 범인이 남겨준 셈이었다. 그
발자국은 죽은 여자의 별장으로부터 창보가 묵었다는 별장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범인은?
창보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창보를 범인으로 단정짓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눈위에 난 발자국은
한사람 것 뿐이었다. 확인을 했더니 창보가 신고있는 신발의 것과 일치
했다.

"당연하죠"

창보가 항변했다.

"내가 전화를 걸기위해 제 별장에서 이 여자 별장으로 걸어갔으니"

맞는 이야기였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었다. 나중에 시체는 부검됐다.
그 결과 여자는 눈이 그치기 30분쯤 전인 새벽5시30분쯤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판명됐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 시간쯤
여자를 살해하고 달아났다면 눈위에 발자국이 분명히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데 발자국은 한사람것 뿐이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장형사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창보를 살인죄로
체포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던 창보가 강형사의 논리적인 설득으로
결국은 모든것을 털어놓았다. 자기는 여자와 깊은 관계에 있었는데 최근에
절교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앙갚음으로 여자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위에 발자국이 하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창보가 5시30분쯤 여자를 자기 별장에서 살해하고는 눈이 그친 7시쯤
시체를 업어서 여자의 별장에 갖다 눕히고는 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따라서 발자국은 하나밖에 있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