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외규장각 고문서 3백40여점이 1백여년이 훨씬 넘는 오랜 세월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도서관 서고에서 사장된 채 잊혀졌던 이들 문서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것은 어느 한 여성학자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열정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70년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였던 박병선박사. 그녀는
풍문으로만 들어왔던 외규장각 도서의 소재를 밝혀내겠다는 일념으로 그
넓은 도서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외부나 상사로부터 중단하라는
끊임없는 압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각고의 노력끝에 어느 창고의
문서더미속에서 잊혀졌던 외규장각 도서를 찾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그의
눈물겨운 노력과 열성이 없었다면 귀중한 우리의 문서들은 여전히 창고에
묻혀 있을뻔 했던 것이다.

입장은 다르지만 이 고문서를 돌려주기 위해 서울로 온 프랑스 도서관의
문서보관담당 여직원 2명도 철저한 직업정신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문화재
반환이 선례로 남아서는 안된다면서 책이 전달되던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껴안고 울면서 내놓기를 거부하였다. 들리는 말로는 외규장각 문서 반환과
관련하여 사표를 제출한 도서관직원도 있다 한다.

고문서를 둘러싸고 박병선씨나 프랑스 문서보관담당 여직원들이 보여준
투철한 직업의식은 오늘날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 될만하다. 위사람 눈치만
보는 무사안일주의,극도의 보신주의 적당적당히 순간을 때우려는 적당주의
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에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무엇인가
를 훌륭하게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충분한 전문적 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는 "프로정신"을 갖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사회는 활력넘치고
생기있는 사회가 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