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히 타오르는 모닥불 둘레에서 정다운 사람들과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던 추억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캠프 파이어''란 말과 함께 오래도록 우리 주변에 자리잡았던 이런 풍
경들이 이제는 차츰 퇴색해가는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도시를 휩쓴 노래방 문화가 바야흐로 산과 들녘의 야유회 자리에까지
번져 통기타가 차지하던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이아무개(30.서울 마포구 마포동)씨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 고
양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노조원 수련회에 참가했다가 놀이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밤이 이슥해져 모닥불 곁으로 모인 참가자들 앞에
나타난 것은 흔히 보던 통기타 대신 2백와트짜리 노래방기계였다.
트롯.가곡은 물론 최신히트곡까지 1천3백50여곡이 담긴 이 기계로 참
가자들은 앞다퉈 평소 노래방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자랑했고 현란한
반주음은 밤의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
이 기계는 고양유스호스텔쪽이 1백여만원을 주고 지난 6월 들여놓은 것
으로 4만~8만원씩 받고 빌려준다.
이 유스호스텔의 총지배인 정철호(33)씨는 "수련회에 온 대학생들의
요구가 부쩍 늘어 한대 샀다"며 "주변에서도 노래방기계를 갖춰놓은 업
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생들의 수련회나 회사의 단합대회, 노조 수련회 등이 많이 열
리는 청평, 대성리, 일영, 장흥 등에는 노래방기계를 빌려주는 업소가 눈
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