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과 관련한 공직자 윤리규정이 1차 재산공개 때에 비해 상당히
정비됐으나 미비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공직자들은 이런 빈틈을 이용해 소유 재산을 의도적으로 축
소.누락시키는 등 악용한 사례도 많아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
고 있다.
<> 비상장주 액면가 신고=심정구 의원(민자.인천 남갑)은 자신의 회사
인 (주)선광공사의 자산규모를 주식 25만5천여주의 액면가(5천원)로 표시
해 12억7천6백만여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항만하역.창고업 회사인 선광공사는 91년도 자본총계가 고정자
산 3백억4천만원, 자본금 1백억원 등 모두 5백억원이 넘는 회사이다. 더
욱이 이 회사는 인천 연안부두와 월미도 등에 창고터로 6만여평(시가 9백
억원)을 갖고 있다.
심 의원은 비상장 주식 액면가 신고로 인해 재산규모를 1백분의 1 이하
로 줄일 수 있었다.
또 현대그룹의 지배주주 가운데 한 사람인 정몽준 의원(무소속)은 현대
중공업 주식 4백77만주 등 비상장 기업 주식을 액면가보다 조금 높은 종
업원지주제 매각가(6천~1만2천원)로 신고했으나 회사쪽이 퇴직자로부터
사들이는 주식값만해도 2만5천원에 이른다.
이렇듯 현행 윤리규정에는 비상장주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규정
돼 있으나 상장주에 비해 가치평가가 훨씬 낮아 형평에 맞지 않는데다 재
산 축소의 방편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전문가들은 "사실상 개인기업인 회사는 부동산 등의 자
산과 부채를 제대로 평가해 신고해야 하며 장외거래가 형성되는 비상장주
의 경우에도 장외거래가로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직계존비속 고지거부=이 규정은 지난번 재산공개의 문제점을 보완하
는 차원에서 새롭게 마련한 규정으로 직계가족 소유의 재산도 신고하는 것
을 원칙으로 하되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이를 이용해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가족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서정화 의원(민자.용산)의 경우 아들 수민(30)씨 이름의 논.식당.주
식 등 5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민씨 이름의 인천시 북구 상야동 일대 논 5천3백49 는 인천
시 변두리의 절대농지로, 서 의원이 `위장증여''라는 편법으로 당시 26살
이던 아들 이름으로 사들인 땅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홍엽 간사는 "가족 명의로 재산을
위장분산하거나 증여.사전상속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허위등록에 따른
처벌 규정은 크게 완화되었으므로 등록.공개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면서 "직계존속의 경우 재산이 많다고 해서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
은 곤란하므로 등록은 하되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자
녀 소유 재산은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신고.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신고규정 미비=이번 재산등록과정에서 농촌지역 의원들의 소유 가축
신고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으나 현행 규정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억대에 이르는 대규모 목장.양돈장의 가축들이 재산공개에서 빠졌다.
인천에서 대규모 양돈장인 덕원농산을 운영하는 조진형 의원(민자.인
천 북갑)의 경우 6천여마리의 돼지(4억5천여만원)를 신고하지 않았으며,
전북도 김영범 부의장은 전체 8억원 상당의 재산 가운데 가축을 뺀 1억8
천만원만 신고했다.
이밖에 이승윤 의원(민자.인천 북을)이 젖소를 빼고 부인 명의 목장용지
1만2천여평만 신고했으며, 사슴목장과 제주목장을 소유한 공직자들의 값
비싼 꽃사슴이나 말 등도 모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