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이후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던 채권시장이 지난주를 고비로
전환점을 맞고있다. 실명제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채권수익률의 상승세가
한풀 꺾여 다시 안정을 되찾을 조짐이다.

이같은 방향전환은 우선 투자자들의 분위기에서 읽을수 있다. 올들어 주간
단위로는 최대의 발행물량(약4천5백억원)이 몰렸음에도 지난주의 채권
수익률이 주춤하자 투자자들의 고무된 표정이 역력했다. 단기적으로 수익률
이 더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발행예정물량도 이번주에는 3,612억원정도로 지난주에 비해 크게 줄어
들었다. 만기상환되는 회사채도 약3,037억원에 달해 물량소화도 한결 수월
해질 전망이다. 이는 기업들이 추석등을 앞두고 수익률 상승을 우려해 월초
에 조기발행하려 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주를 넘기고 나면 이달중 발행물량이 많아야 3,000억원수준에
그치는 반면 만기규모는 6,000억원정도로 추정된다. 당국의 신축적인 통화
관리도 호재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갈수록 시장여건이 호전되면서 수익률이
단기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채권매수기관들의 선취매도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7월이후 상품채권규모
를 거의 늘리지 않았던 증권사들은 단기매수시점으로 포착,상품채권 보유
물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초 수익률 상승을 부추기지
않도록 상품채권 매도를 자제하자고 결의하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실명제 실시이후 초단기로 자금을 운용해온 은행권에선 금전신탁등의
수탁고가 꾸준히 늘어나는데다 단기금리의 안정세가 지속됨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회사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신고가 줄곧 감소하고 있는 투신사들마저 채권매수에 가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는 10월이후에는 빚갚는 부담이 한결 줄어드는데다
앞으로 고수익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설정하게 되면 수신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수익률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
진다.

하지만 이달말에는 추석이 겹쳐있고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오는10월12일로
끝나는데다 2단계 금리자유화 등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있어 수익률안정
세도 단기간에 그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9일 연14.5%까지 치솟았던 채권수익률도 금주중 연14%선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