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위주의 객관식 평가로 국민학교 저학년 때부터 점수와 석차에 시달
리던 어린이들이 `시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학수학능력시험
이 교육정상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국민
학교의 평가방법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12일 `국교교육 평가
방법개선방안''을 마련해 2학기부터 시행하도록 일선 국교에 보낸 이후 경
기도교육청, 경남도교육청이 이런 취지와 방안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2
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평가방법개선의 뼈대는 시.도별로 지역적
특성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되도록 시험지 평가를 지양해 어린학생들의 시
험부담을 크게 줄이고 시험의 문항도 암기중심의 객관식에서 사고력 중심
의 주관식.서술식 문항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학년(1.2학년)의 경우 한 학년 단위로 공동출제해 일제히 치
르던 시험(일제고사)을 없애 점수와 석차가 없어지게 된다.
3학년 이상의 일제고사도 국어.산수.사회.자연 네 과목에 한해 학기당 1회
를 넘지 않게 실시한다. 또 문제도 주관식.서술식 문항을 40~50% 반영하도
록 하고 있다.
생활통지표에도 `수.우.미.양.가'', `상.중.하'', `잘함.보통.노력을 요함''
등 5단계 또는 3단계 평가를 지양하고 되도록 서술형으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편 새학기 들어 평가방법 변경에 따라 새로운 수업방식을 시도하고 있
는 교사들은 현실여건이 뒤따르지 못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국교 이아무개 교사는 "새학기 들어 상당수 교사들이 텔리비전이나
신문을 보고 느낀 점 발표하기, 주제발표 등을 의욕적으로 시도하고 있으
나, 교장 등 상당수 일선 행정가들이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을 아직도 선호
하고 있어 교육환경 개선작업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5년째 모든 평가를 주관식으로 실시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양전국
교 심기성 교장도 "주관식 평가는 출제와 채점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뿐
아니라, 토론식 수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재 47~48명인 학급당 학생
수를 절반 정도로 줄어야 한다"면서 평가방법의 개선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과밀학급의 해소와 교육기자재의 확충 등 과감한 교육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