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지극히 부진한 가운데 차명 예금주들이 실명전
환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도 차명으로 그냥 놔둘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고액 차명 예금주들은 실명제 실시 23일이 지났지만 신
분노출을 꺼려 돈을 찾지 않고 예금을 그대로 은행에 방치해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차명계좌는 금융기관 예금의 최소 1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2일 현재
은행권의 경우 실명전환 계좌는 6만1천여개, 금액은 4천3백억여원으로 각
각 전체의 0.06%, 0.28%에 머물고 있다. 또 단자사의 경우도 지난달말 현
재 차명에서 실명전환한 계좌는 2백78개, 3백76억원으로 각각 전체의 0.1
5%에 불과해 가명에서 실명전환한 계좌(계좌기준 16.4%, 금액기준 10.6%)
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은행 및 단자사 관계자들은 "고액 차명 예금주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부분이 정책의 후퇴를 기대하며 실명전환
유예기간을 차명상태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지 명
의로 몇십억원을 분산 예치했다는 예금주 아무개씨는 "세무조사가 두려
워 현재로서는 움직일 수 없다"면서 "주변에 차명계좌를 가진 사람들도
같은 입장으로 실명전환 유예기간 뒤 조처 완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큰손 차명 예금주들이 정책의 후퇴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비실명에 대한 제재방침을 확고히 하고, 실명전환 유예
기간 뒤 일정금액 이상 계좌에 대해 실명 확인 또는 전환 여부를 일제히
점검하겠다는 것을 미리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또 편법 실명전환을 철저히 막고, 일정금액 이상 예
금주들에게 각 금융기관이 예금 내역을 통보해 실명전환을 독촉하는 등
적극적인 실명전환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