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수표가 자기앞수표를 대신할수있을 것인가. 현찰과 자기앞수표에이어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제3의 화폐"로까지 일컬어지는 가계수표가
자기앞수표 대체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25일 오는 9월부터 은행보증 가계수표를 활성화시키고
가계수표의 1장당 발행한도도 일반가계는 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자영업자
는 2백만원에서 5백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명무실
했던 가계수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현찰선호풍조를 어느정도 대신하겠다는
의지이다.

가계수표 활성화의 필요성은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급격히 높아졌다.
실명제하에서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거나 지급받을때 반드시 실명을 확인
해야한다. 이에따라 그동안 고액권 지폐처럼 통용됐던 자기앞수표사용은
급감하고 현찰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찰수요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가계수표가 떠오른 것이다.

가계수표는 개인이 가계당좌예금을 개설하고 그 한도내에서 개인신용으로
발행하는 수표이다. 은행이름을 가지고 은행신용으로 발행하는 자기앞수표
와는 이점이 다르다. 개인이 발행하기때문에 발행자이름이 명기돼있다.

우리나라에 가계수표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81년. 신용사회를 앞당겨
정착 시킨다는 의지에서 신용카드와 함께 도입됐다. 초기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사용이 급증,3년만에 1백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85년부터는 정체
상태를 보여 지난 6월말 사용자수는 1백만2천명에 그치고있다.

신용카드가 급속히 확대된것과 큰 대조적이다. 가장큰 이유는 개인신용에
대한 불신과 뿌리깊은 현찰선호사상 이었다. 은행이 지급을 보증하지도
않는 수표를 덜컥 받지 못하겠다는 것이 가계수표활성화의 최대 걸림돌
이었다.

순수한 의미의 가계수표를 보완한것이 은행보증 가계수표이다.
은행보증 가계수표는 말그대로 개인이 발행한 가계수표에 대해 은행이 지급
을 보증하는 것이다.

보람은행이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계 씨티은행도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보람은행의 은행보증가계수표
는 효용은 자기앞수표와 같다.

발행자가 수표를 발행, 시중에 유통시키면 몇사람을 거치더라도 소지인
에게 은행이 지급한다. 다른점은 발행자가 은행에 일정금액을 예치시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은 그예금을 담보로 삼아 돈을 지급해준다. 개인일 경우 최고 1천5백
만원까지,자영업자인 경우 최고 6천만원까지 발행할 수있다. 씨티은행의
가계수표는 약간 다르다. 유통은 못하고 지불수단으로만 사용케 했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물건을 사고 B라는 사람에게 은행보증가계수표를
지급하면 B는 은행에가서 돈을 찾을수는 있어도 C라는 사람에게 다시 유통
시킬수는 없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개인수표와 흡사하다.

다른은행에서도 곧 보람은행과 같은 은행보증가계수표제도를 시행할 계획
이다. 정부에서도 밝혔듯이 은행보증 가계수표라는 과도기를 거쳐 순수한
개인신용으로만 발행되는 가계수표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은행들의 계획
이다. 그러나 은행보증가계수표가 금방 자리잡을 것이라는데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않다.

우리나라 관습상 개인에대한 불신이 아직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에서는 기명식 자기앞수표나 정액식 가계수표가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명식 자기앞수표는 발행자를 표시하지 않는 현재의 무기명
자기앞수표를 보완한 것이다.

자기앞수표 사용이 관행화 돼있는 이상 이를 보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는 이유에서 이다. 정액식 가계수표는 수표용지에 아예 10만원 50만원식
으로 액수를 인쇄하는 것이다. 그러면 금액을 발행자가 적어넣는 것보다
신뢰도가 더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어쨌든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자기앞수표 사용은 급속히 감하고 가계수표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것으로 보인다. 과도기적으로 은행보증가계수표나
정액식 가계수표사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가계수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신용사회가 진전되고 정부의 의지가 전제돼야만 한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