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한국의 중소기업이 뛰기 시작했다. 한국의 여인네들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엿새간 뉴욕 재비츠 센터 대전시장에서 열린 국제 선물용품
전시회는 20년 가까이 볼수 없었던 억척스런 한국인들을 볼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등을 떼밀려 마지못해 와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시큰둥하던 한국의
세일즈맨들이 이제는 곱다란 세일즈레이디들과 함께와서 상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대단한 변화일뿐더러 보기에도 좋고 이제야 제길을 찾은듯
느껴졌다.

거의 매일이다 싶이 열리는 미국의 각종 상품전시회중에서도 국제
선물용품전시회는 가장 큰 것중의 하나다. 아프리카의 오지,남미의 정글,
중동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나라에서 모인 3천여 상인들이 제가끔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흥정을 벌이는 곳인데 한국인들도 실은 꽤 오랫동안
얼굴을 내밀어 왔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상공부와 무역진흥공사등 관계기관들이 아까운 세금을
써가며 도와주고 현지준비를 다 해놓고 모셔오다시피해서 국내업체들이
참가했었다. 이번에는 그게 변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합니까? 이젠 내가 뛰어나와 잡아야지요"
서울 가양동에서 라이터를 주로 만들던 톱(Top)산업의 이정호사장은
좋은값 때문에 그동안 한국을 찾던 바이어가 이젠 딱 발을 끊었다는
것이다.

"주석 미니어처인형을 처음 가지고 왔는데 반응이 괜찮군요" "나오길
아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논현동 멀티플기획의 노영숙사장이 들려준
얘기다.

간단한 손발운동기구와 맛사지용품, 그리고 부엌및 사무실용 특수가위를
판매하는 30대의 노사장은 그러나 제품보다는 세일즈맨쉽에서 단연
돋보였다.

미소와는 담을 쌓은듯한 동양인들과는 달리 화사한 웃음이 떠나질 않고
쭈뼜거리기 십상인 외국인티를 털어낸 보기드문 이 세일즈레이디는 "굉장히
많은 방문손님들에 놀랐고 가능성과 자신을 얻은게 큰 소득"이라고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 온 8개업체중 또 다른 회사를 20대의 두 여인이 대표하고
있는것도 한국의 우먼파워를 드디어 보는것 같아 신바람 나게한다.

귀걸이 목걸이와 남자용 악세사리를 제조판매하는 서울 창천동
로이드회사의 박귀숙 신옥경두분은 백인 중류층이 좋아할듯 싶은 기본형의
여자용 악세서리중심으로 출품했다.

"테레지아"란 고유상표를 달고 체인점을 꿈꾸는 이들의 제품은 값과 품질
모든면에서 바이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는 현장에서 한개만
팔라고 졸라대는 사람들까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번지수를 잘못 찾아
온셈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이런류의 제품들이 모이는 전문적 상품판매전시회가 따로
있기때문이다. 악세사리등 유행상품을 사러 미국의 상인들은 선물용품
전시회를 찾지는 않는다.

체인벨트란 인기있는 유망 아이템을 갖고 온 서울 삼성동의 솔렉스
코리아사의 윤동한부장도 같은 처지. 2주후면 바로 같은 자리에서
악세서리 전문판매전시회가 있게되는데 비싼 여비들여 엉뚱한 걸음을
하게된 셈이다.

그러나 서울 봉천6동의 선(Sun)트레이딩의 경우 꼭 들어맞는 물건을 딱
들어맞는 곳에 갖고 왔다.

알루미늄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화장실용품 용기들인데 미국인들은
생필품쯤으로 여길 정도여서 천태만상으로 생산된다. 표면처리의
고급성, 디자인의 고급화. 세트화 아이디어등 상당한 수준의 준비를
했는데 역시 반응이 괜찮다고. 인천의 해민실업 이창환전무도 부모까지
모시고 와 수출상담에 나섰다. 간단한 기념품이나 선물용품으로 쓰일
각종상품을 제조판매하는 이들은 남미바이어의 다수 출현에 놀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미국시장과는 상당한 구면을 닦은 서울 길동의 오로라사는 한물 갔다는
봉제완구를 갖고 아직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소량주문 수주체제까지 갖췄다는 민병요이사의 자부는 얼굴에 그대로
쓰였다.

그러나 한국관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하는것은 한국 라이터공업조합의
단체참여. 난국돌파의 어려움을 업체공동으로 모색하고 있었다.

연간 1백억달러를 넘는다는 미국의 선물용품시장 공략을 시작한
중소수출척후들을 보는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을수 있을까?

척박 이전의 불모지같은 한국의 선물문화풍토를 비집고 나온 그들은
한국수출의 희망 바로 그것이다. 시작은 벌써 절반이라던가. 그들은 이미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에 마음 뿌듯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