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름(실명)"의 금융거래만을 허용하는 금융실명제가 지난 12일
오후8시를 기해 전격 실시됐다. 이에따라 이시각이후 "남의
이름(비실명)"으로 하는 거래는 일절 금지됐다.

그동안 자기이름아닌 남의 이름으로 거래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왜
이름을 숨기려 했을까.

금융기관의 실명화율은 금액기준으로 은행 98.5%(92년말현재) 증권98.88%
(93년3월말) 투신사 99.97%(92년9월말) 단자사 98.5%(93년3월말)등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가명이 아닌 실명속
에도 차명 도명등 사실상의 가명계좌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가명만 따져보면 <>은행 100만 9,000계좌에 1조2,065억원 <>증권
2만6,000계좌에 1조1,512억원 <>단자 3,736계좌에 1,672억원 <>투신
1,500계좌에 382억원등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를 모두 합할 경우 105만계좌
2조5,600억원에 달한다.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는 통상 전계좌의
10%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약 9조원,증권등 제2금융권이 약
18조원으로 전체금융권의 차명계좌가 27조원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무기명으로 거래되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국민주택채권등
장기채등을 합하면 차명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명거래규모는 33조원규모로
추전되고있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지않고 이름만 적어 만든 통장의 가명예금에는 지난
89년부터 원천징수세율을 두배 가산해왔다. 실명으로 예금할 경우 이자에
대한 세금이 21.5%(소득세 20%,주민세 1.5%)인데 비해 가명인 경우에는
64.5%(소득세 60%,주민세 4.5%)로 껑충 뛰어 오른다. 이자의 3분의
2를 세금으로 낸다는 얘기다. 주식거래에서는 상장사의 결산에 따른
배당을 받는데 이때 내는 배당소득세도 이자소득세와 같다. 실명인 경우
21.5%만 내지만 가명은 64.5%의 세금을 문다.

이처럼 고율의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예금이나 주식거래를 가명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한마디로 자기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부의 축적과정이 떳떳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덜내겠다"는
소극적인 목적보다는 "재산을 감추겠다"는 적극적인 노력이 가명과 차명을
낳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물론 <>상속.증여과정에서 세부담없이
재산을 물려주거나 <>기업경영권을 편법으로 대물림하며 <>금융기관의
지나친 고객유치경쟁도 가명과 차명의 양산에 한몫 해왔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고객유치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고객들에게 차명을 권유하거나
어떤 경우는 금융기관 스스로가 남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는 사실상의 "
명"까지 해온것도 사실이다.

실명제가 실시됐다.
가명이니 차명이니 심지어 도명이니 하는 단어들이 이제 우리나라
금융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