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외국에비해 많은 것인가,적은 것인가.

금융실명제 실시를 계기로 세계 다른 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권위있는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서방
주요국의 지하경제규모를 추정한 기사를 통해 GDP(국내총생산)대비
지하경제의 비중은 그리스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GDP의 30%가량이 지하경제이고 스페인은 약25%로 그 뒤를
잇고있다.

영국은 GDP의 3~15%를 "검은 돈"이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90년판 "이코노믹 저널"의 연구결과를 인용,
영국의 "블랙머니"는 지난 70년대에 GDP의 11%를 차지, 가장 절정에
이르렀다가 80년대에 7. 6%로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덧붙여 소개했다.

이 기사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서방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제일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88년현재 GNP의 47%에
달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88년 GNP가 123조5,000억원이므로
지하경제규모는 58조원이라는 얘기다.

88년 GDP가 113조3,000억원이므로 GDP대비 지하경제규모는 51%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방국가중 GDP대비 지하경제규모가 가장 큰 그리스(30%)보다도
지하경제의 비중이 훨씬 큰 셈이다.

물론 이같은 지하경제규모는 다소 거품이 끼어있을수 있다.

제일경제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70년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GNP대비 20~30%에서 80년대에 32~33%수준으로 늘어난뒤 부동산투기등
거품경제가 절정에 달했던 87년에는 41%, 88년에 47%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품이 다소 걷힌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지하경제의 비중은 이보다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영국의 경우 경제활동에서 400억 파운드이상의
자금이 정부의 공식통계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약 100억원의 탈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하경제비중이 큰 나라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이처럼 높은 자영업자비중이 탈세를 할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세금부담이 무겁고 "지상경제"의 규제가 엄한 나라일수록
"지하경제"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이 그리스나 독일보다
지하경제규모가 작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세율이 높고 고용및 해고관련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영국보다 "검은 돈"이 더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사용자나 노동자나
"검은 돈"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영국이 70년대 GDP대비 지하경제규모가 11%에서 80년대 7.6%로 줄어든
것도 이 기간동안 세율이 인하되고 노동관련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또 경기가 침체되면 지하자금이 더 늘어난다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황이 시작되면 정상적인 경제뿐만 아니라 지하에 은신한 비정상적인
경제도 똑같이 위축된다. 따라서 지하경제의 전체규모는 이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더라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