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여러 거래소 중 제도면에서 두드러진 특색이 있는곳을 고르자면
런던과 프랑크푸르트의 두 거래소를 들수 있다. 런던 거래소는 완전한 분업
주의 체제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증권업무가 완전히 은행업무로부터 분리돼
있으며 그래서 독립된 증권업무 역시 자기매매 업무와 위탁매매 업무가
분업화되어있다.

즉 자기가 가지고있는 증권을 사고팔면서 자기장사를 하는 증권회사와
남의 위탁을 받아 증권을 사고팔아 수수료 장사를 하는 증권회사가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전자를 딜러라고 하고 후자를 브로커라고한다. 여기서 딜러
가 같은 종목으로 사고파는 가격을 동시호가라면 이에 대해 브로커가 수량
을 제시한다. 그리고 딜러는 사거나 팔거나 브로커가 주문을 낸 이상
일정한 최소량은 받아 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이와같이 자기매매와 위탁매매가 정면으로 대결하여 경쟁하기 때문에
별로 특별한 주가감시가 필요없다. 다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자기매매를
한다면서 장외에서 그일부를 남에게 나누어 준다든지 또는 위탁매매를 한다
면서 역시 장외에서 자기몫을 따로 떼어 놓는다면 이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영국은 교통규칙도 이와 유사한 점이있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네거리에
신호등이 없다. 교차점에 로터리를 만들어 멈추지않고 가고싶은 방향으로
갈수있게하고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많아 폭주하는 경우는 제대로 빠져
나올 수가 없으며 부득이 교통순경이 나와 이를 정리할수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증권도 매매가 폭주하는 경우는 딜러가 이를 다 소화할
수없기 때문에 브로커가 부득이 자기장사를 할수 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매매가 극히 저조할때도 수수료 수입만 가지고는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 자기장사를 하게된다.

한국에서는 그정도가 아니다. 증권회사의 직원까지도 자기매매를 하니
자연 직원의 이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그다음이 회사요,고객
에 대한 배려는 자연 뒤로 처지게 된다.

런던거래소의 거래제도는 분업주의에 가장 철저한 이상적인 형태로서 시장
에서 따로 주가감시를 할 필요가 없는 제도였다. 그래서 내가 70년 후반에
런던거래소에 가서 건물신축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워왔지만 주가감시업무는
겸업주의 체제하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별로 참고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80년후반에 이르러서는 분업주의전통을 자랑하던 영국에서 조차도
그 제도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대처총리가 분업주의제도의 회복을 위하여
무진애를 썼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는 겸업주의제도로
현실화 되었으며 종전의 채권주력시장에서 미국과 같이 주식주력시장으로
전환,면목을 일신한것 같다.

분업주의체제의 역사적 상징으로까지 생각할수 있는 원형을 런던거래소
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 그와 정반대의 형태가 프랑크푸르트거래소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은행업과 증권업이 분리되어 있지않다. 즉 은행이 증권업을
겸하고 있다. 인수발행 업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매매업무도 은행에서
하고있다. 은행안에서 고객간에 매매거래를 한다. 다만 은행안에서 매매
상대를 찾지못해 거래가 안되는 것만이 증권시장으로 나온다.

이와같이 증권회사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그 수입을 늘리기위하여 시세를
조작하거나 거래를 부추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담보금융으로 시세
를 조작할수 있으니 이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일본의 주가가 항상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최근의 수준은 알수 없으되
70년대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항상 40을 전후했다. 재산재평가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실자산으로는 항상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실자산이 있다하더라고 배당밖에 바라볼수 없는 소액주주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그좋은 예로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주를 공모증자할 경우를 들수있다. 만일
은행주가가 액면을 밑돌 경우에는 주주에게 융자를 해주며 액면으로 사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 증권업을 못하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말할수
있지만 이것이 공공연하게 묵인되고 있다. 멀지않아 또 이와 유사한 문제
가 제기되리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계열업체를 정리할 계획인것 같은데 그래서 중소기업에 그 주식
을 넘기기로 한다면 역시 은행이 중간에 들어 융자를 해주면서 제값으로
사고 파는 형식을 취할것이다. 그렇다면 이 역시 증권업무임에 틀림이
없는데 지금의 체제하에서는 은행이 할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은행이 아니고는 이런 일을 할수없는 것이요,따라서 신문에 보도된
바로는 이를 위하여 은행을 겸업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데 그 구체적인 ]
내용은 알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