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이 땅에 떨어지자 잽싸게 나라하라가, "에이!" 하고 대검을 내리
그어 목을 싹뚝 잘라 버렸다.

미친듯이 훌떡훌떡 뛰어오르던 말도 도모마와리들이 휘두른 칼에 그만
다리가 잘리고 배때기가 갈라지며 철버덕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프로델 부인은 냅다 비명을 내지르며 말을 몰아 줄행랑을 쳤고,클라크와
마셜도 정신없이 말에 뛰어올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죽여라!"
"놓치지 말아라!"
"고노칙쇼메!(이 개새끼들)"
우루루 사무라이들이 칼을 휘두르며 뒤를 쫓았다.

혼비백산한 그들 세 사람은 필사적으로 말을 달려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클라크와 마셜은 말에 뛰어올라 달아나기 시작할때 사무라이들의
칼에 베이기는 했으나,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백주 대로에서 비무장의 서양인 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해 놓고,히사미쓰의
행렬은 유유히 사라져 갔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거류지의 서양인들은 분노에 들끓어 올랐다. 도저히
묵과할수 없는 일이니 보복을 해야 된다고,영국 공사관(공사관)에 강력히
요구했다.

공사인 존 닐은 때마침 나마무기 항구에 들어와 있는 영국 군함 2척의
사령관인 쿠바 제독을 만나 협의를 했다. 협의결과 보복을 감행하면 우선
분은 풀릴지 모르지만,천여 군사를 거느린 히사미쓰와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일이 크게 확대될 것이 뻔하며,또 이 사건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영국과 일본,즉 국가간의 문제이니,외교 교섭을 통해서 수습을 하는
게 옳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소식을 들은 거류민들은 더욱 분노하여,해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
가 총을 들고 나서는 수 밖에 없다고 결사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교토를
향해 가고있는 히사미쓰의 행렬을 뒤쫓아가서 치려고 하였다.

닐 공사는 당황하여 우선 막부의 나마무기 봉행소(봉행소:지방 관아)의 힘
을 빌려서 거류지의 출입문을 봉쇄해 버렸다. 그래서 결국 서양인들은 보복
을 단념하고,그대신 닐 공사에게 외교 통로를 통한 강력한 대막부 항의와
책임추궁을 당부했다.

그 사건을 보고받은 막부측은 무척 난처해 하였다. 특히 히사미쓰의 힘
으로 이번에 정치총재가 된 마쓰다이라와 쇼군보좌역에 오른 요시노부는
곤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