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미행정부와 미연준리(FRB)가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으며 경제전문가들사이에서도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0~21일중 그린스펀 FRB의장이 미의회 증언에서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미경제가 심각한 침체상태에서 벗어났다고 지적
하면서 올들어 인플레 지표들이 매우 실망스러운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미연준리의 최우선 정책순위는 인플레 방어에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특히 통화신용정책의 중심지표로서 총통화(M2)는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수준에 대해 장시간 언급,실질 단기금리가 중심지표로 사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중심지표의 변경은 현재의 실질금리수준에 비추어 볼때 곧 바로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월가에서는 해석,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단기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수준이 현재 3%이고 물가상승률이
3%인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실질단기금리는 0%인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1~2%정도의 금리인상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린스펀의 이날 발언으로 가장 당황한 곳은 미행정부였다.

경기가 여전히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클린턴 경제정책의 사활이 걸린 재정적자 감축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터진 이같은 금리인상 발언은 자칫 재정적자 감축안의 의회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미행정부가 그동안 의회를 설득하는데 가장 커다란 무기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 25년만의 최저수준이라는 점이었다. 5천억달러의 재정적자감축안
이 절반은 조세인상으로,나머지 절반은 지출삭감으로 이루어져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킬지 모른다는 일부의 반대의견을 무마하는데는 현재의 저금리
수준이 앞으로 계속 지속되고 재정적자 감축으로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마저 저금리상태를 유지,저금리가 경제성장을 계속 보장할 것이라는 논리가
가장 큰 무기였다.

인플레가 안정수준을 보인다면 재정적자감축안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마이너스요인을 고려해 오히려 현재의 상태에서 더 금리를 내려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미행정부내에서는 강했다.

그린스펀의 이날 발언이 증시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데는 FRB의 경제전망
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올해 미국의 실질경제 성장률을 2.25~2.75%로,내년도 성장률을 2.5~
3.25%로 전망했다. 올해 1.4분기의 0.7%성장에 이어 2.4분기에는 2.5%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올 하반기의 성장률은 3.5%이상이
되야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발표된 2.4분기중 실질경제 성장률은 그린스펀 의장
이나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1.6%로
나타났다. 뉴욕증시가 금리인상의 우려에서 벗어나 오히려 금리를 인하
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고 단기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
됐다.

그린스펀 의장이 의회증언에서 발언했을 때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꼬리를
감췄다.

이같이 미묘한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동향으로 보인다.

인플레가 다시 고개를 들경우 그린스펀 의장의 말대로 FRB의 최우선정책
순위는 물가안정에 맞춰져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그러나 그시기는 내년이 되지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의 경우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마당에 G7(서방선진
7개국)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저금리를 내세워 주요선진국들에 금리인하를
촉구한 마당에 미국만 단독으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올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도 어려움은 있다.
현재의 미국내 경기침체가 군수산업 위축등 구조적인 어려움과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부진 등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데 금리인하로 국내
수요를 부추겨 과연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겠느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정책은 인플레동향이 현재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별다른 조치없이 당분간 경기상황을 지켜보는 선에서 관망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