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는 세계의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집의
단골메뉴이다. 당나귀 귀가 된 임금님과 그의 머리를 깎은 마을 이발사가
등장한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엄명을 받은 이발사가 몇해는 잘
견뎌냈으나 끝내 더 이상 참을수 없어 땅굴을 파고 그속을 향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고함을 질렀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이 임금님의 귀가 왜 당나귀 귀처럼 흉칙한 모습으로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이 당나귀 귀는 요즘식 표현을 빌리면 괘씸죄에
의한 형벌의 결과였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전편은 대충
이런식으로 전개된다.

고대그리스 프리미아의왕 미다스(Midas)는 세속의 영화보다 산과 들을
사랑하는 자연애호가 였다. 어느날 산중에서 신들의 음악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미다스왕은 음악의 신 아폴론과 논쟁이 벌어졌다. 미다스왕은
아무리 음악이 아름답다고 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따라 갈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폴론신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은 인정하지만 음악은
그 자연미를 소재로해서 작곡한것이니 더욱 아름다울수 밖에 없다고
우겼다. 산속에서의 논쟁은 열기를 더해갔고 결국 옆에서 보고 있던
신들의 심판으로 왕은 패자가 되고 말았다.

노여움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아폴론신은 괘씸죄를 적용,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키워버렸다. 괘씸죄의 원조인 셈이다.

5공시절(85년)에 단행되었던 국제그룹의 해체결정은 위헌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전국의 재벌 랭킹7위에 있던 재벌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된 이유는 부실정리라는 표면적인 이유보다 재벌
오너에 대한 대통령의 노여움이 원인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정부가
주도한 새마을 성금을 "국제"가 표나게 적게 내었고 총선당시에 국제그룹의
본거지인 부산지역에서 여권의 표가 적게 나왔으며 심지어는 재벌총수들의
청와대 만찬에 양정모회장이 지각한것등이 주요 "죄목"으로 찍혔다고
국제측은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시대에서나 찾아볼수 있었던 괘씸죄가 언제부터 우리곁에
다가왔는지는 알길이 없다. 육법전서 또는 우리말 큰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비슷한 용어조차 찾아볼수 없는 낱말이다. 5공은 역시 가공의
시대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