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인가.
목적지에 내릴 준비를 하던 승객들은 아이들을 챙기고 혹은 잠깐 화장을
고치면서 누군가 마중나올 사람을 생각하면서 저마다 부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날씨가 흐려도 길이가 짧고 폭이 좁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은 순전히 조종사의 감에 의지해야만 하는 열악한 공항 조건은 항상
사고를 예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결국은 아까운 66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억울하고 기막히고 분한일이 어찌 한 두개 일까만은
그 중에서도 여자들의 분노를 샀던 일은 메스컴의 보도에 있다. 물론
뜻하지 않았던 대형 항공기 사고의 참상을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옮기고
싶은 의욕과 욕심때문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의식을 잃은 한 여인을 헬기가
구출하는 장면은 심히 민망스럽고 나중에는 화가났다.

의식을 잃은채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헬기로 끌어 올려지는 여인의 옷은
위로 모두 올려졌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속옷차림을 TV는 거푸 거푸 보여
주었으며 이튿날 아침 신문에도 커다랗게 사진으로 실려졌다. 그 기막히고
가슴조이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은 슬그머니 실없는 농담들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킬킬거리면서 그 장면을 즐기는 것(?)같기도 했다.

그 여인은 추락당시 뇌와 흉부에 심한 충격을 받고 하반신에 마비가 오는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평범한 주부로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던중에 참변을 당했는데 그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나하고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실없는 소리를 속없이 하고있는 사람들에게도 화가나고
꼭 그 장면만을 거푸 거푸 보여줘야만 했는지,TV나 신문쪽에도 물어보고
싶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라도 품위를 지키고 개인의 인격을 존중할줄
아는 보도를 할수는 없었는지.

다시한번 그분과 모든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고개숙여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