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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비망록] (44) 김용갑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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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 5월16일 아침,제시간에 재무부에 나가 보니 텅빈 집같이 썰렁했다.
    직원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며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내방을 자주 찾아오는 사람은 국방부에서 대령으로
    예편,재무부총부과장으로 온지 얼마안되는 고과장뿐이었다.

    그래도 그가 국방부와 연락이 닿는다고해서 단편적으로 가져다준 정보로는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에 부족했다. 참으로 허탈한 기분에서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장관들은 이미 집에 연금된 상태였다. 재무부전화조차 완전히 도청장치가
    돼있어 외부와의 연락이 조심스러웠다. 고과장은 필요할때 연락할수있는
    곳을 알려주고 잠시 몸을 피했으면 좋겠다고했다. 집에 돌아와 이틀째되는
    오후 석간신문에 민주당정부의 "장.차관전원을 체포할 방침"이라는 기사가
    1면머리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래서 우울한 기분으로 또 하루를
    보내야만했다.

    그날 석간에는 사무차관만은 체포하지않기로 했다고 보도됐고 나에게
    그다음날 아침10시까지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좀 늦게 오후1시쯤
    재무부에 나가 보니 원대령이라는 연락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은
    예정시간에 나오지않아 체포하기로 결정했는데 특별히 용서하니
    혁명과업수행에 적극 협력해달라고했다. 그리고 내일 재무부회의실에서
    각부처의 사무차관연석회의가 있으니 참석해달라고 했다.

    그다음날 예정시간에 각부차관들이 회의실에 모여 기다리고 있던중
    유원식대령이 최고위원 자격으로 나타나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군인들이 애국충정에서 목숨을 걸고 혁명을 일으켰다고했다.
    따라서 민주당정부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대안을 내달라는 것이다. 특히 부정축재처리를 못하고 환율을
    올려서 서민생활을 어렵게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의 정책을 백지로
    돌린다면 결국 자유당정책으로 환원하자는 말밖에 안됐다. 그러니
    나로서는 사무차관직에 더이상 머물러 있을수 없게 되었다.

    이윽고 장도영장군을 내각수반으로하는 조각명단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권을 담당할 준비가 전연 되어있지 않았다. 부흥부를 지금의
    건설부로 착각,장관에 육군 공병감을 앉혔다.

    장수반이 나를 부르기에 집무실로 갔더니 미국에 특사를 보내야겠는데
    경제문제로 제안할것이 있으면 하라는 부탁이었다.

    재무부로서는 환율인상으로 6천만달러의 통화안정기금을 얻었고
    국토개발사업을 위하여 7천만달러의 잉여농산물원조에 합의를 보았으니
    이에 더 보탤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경제외교는 부흥부소관이니 부흥부와
    상의하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 말을 장수반이 듣고는 비로소 부흥부를
    건설부로 착각한 것을 알고 결국 장관을 경질하고 말았다.

    새로운 장관은 나하고도 잘 아는 사이였지만 오래하지 못하고 불과
    몇달뒤에 그만두고 말았다. 환율을 올리지 않고도 원조를 더 얻을수
    있다고 장담하는 바람에 기용한 것인데 식언했으니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수가 없었을 것이다.

    잘 아는 또한분도 역시 산업은행의 총재로 갔다가 오래있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때만해도 분기별로 융자계획표를 만들어 1백%목표달성을
    해야했다. 그것을 못했다고 해서 유원식최고위원이 항명이라며 내보냈다.
    그때 벌써 외환이 바닥이 난 모양이다. 한국은행총재도 새로 임명된지
    얼마 안있다가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5.16이 난후 얼마안있다가 재무부를 떠났기 때문에 정부시책이
    이토록 난마와 같이 얽혀 갈팡질팡하는 이유가 어디있었는지는 잘모른다.
    다만 군사정부가 정권을 인수하면서 충분한 준비나 정책대안이
    없었던것만은 틀림이 없다.

    물론 민주당정부때도 정국에 혼란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성급한 과잉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적혼란이었으며 여기에
    민주당의 내분과 반목이 박차를 가한것이지 정책에 관한한 일관성을
    견지했다고 본다. 결국 최고회의의장이요,내각수반인 장도영장군도 체포
    구금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이미 정부를 떠난터라 군사정부의 깊은 속사정은 알수없었지만 분명
    혁명주체들 사이에 세력다툼이 치열한것 같았다. 민주당정부는 신.구파의
    반목으로 정국이 혼미를 거듭했어도 군사정부는 그정도가 아니었다.
    군인의 혈기와 낭만에서 나온 단순한 생각에서 혁명을 일으켜 민주당의
    구악만 도려내면 고름이 빠지고 저절로 새살이 돋아날줄만 알았는데
    혁명주체세력에 신악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민정으로 복귀,군인은 국토방위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세력과
    아무일도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을수 없으니 군정을 연장해서라도
    혁명과업을 완수해야한다는 두파로 갈려 암투가 그칠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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