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는 안됐지만 준태는 오늘 그일을 착수하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사실 아내같은 여자도 없었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던
신혼부터 아내는 돈되는거라면 안해본일이 없었다.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기 몸을 아끼지않고 내던지다 보니까 몸에 탈이 났고 그래서 지금은
병원에 입원중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처음에는 아내의 병약한 손을 잡고 눈물도
뿌려본 준태였다. 아내는 기도쪽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는데다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대여섯가지 병을 벌써 1년째 앓아오고
있었다. 조그만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준태로서는 병원비가 힘에
겨웠고 또 무엇보다도 병든 아내의 골골거리는 모습이 이제는 역겹고
지겨워졌던 것이다.

문병을 마친 준태가 아내의 병실을 나왔다.

그때가 오후 6시30분.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미리 준비해온 흰 가운을 걸쳤다. 그렇게 하니
의사나 의료기기 기사같이 보였다.

그는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기관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 발전실로 들어갔다.

발전실에는 비상용 발전기(정전시 대체사용)를 포함해서 발전기가 두개
있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가방에서 그것들을 꺼내 발전기 두대에다
설치했다. 전기에 의해서 작동되는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의 손길은 더욱 빨라졌다.

일을 마쳤다. 발전실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자기차에 탈때까지
마주친 자가 아무도 없었다. 모든게 완벽했다. 잠시뒤 8시면 아내를
다시는 볼수 없으리라. 거기에다 부수적인 것이지만 보험회사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타게 될 것이다. 잘하면 새 장가도 갈 수 있겠지.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아니 비보다는
준태가 너무 흥분해서 앞뒤 보지않고 차를 주차장에서 빼낸 것이 원인이 더
컸다. 갑자기 헤드라이트가 번쩍하더니 거대한 트럭이 그의 차를 덮쳤다.
그리곤 의식을 잃었다. 준태가 다시 눈을 떴을때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그를 내려다 보았다.

"큰일날뻔 했소. 사고가 병원에서 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수술시간을 놓쳐 당신은 죽었을거요. 수술준비는 끝났어요. 3시간쯤
걸릴거요"
말은 또렷또렷하게 들렸다. 그러나 어디를 다쳤는지 몸은 전혀 움질일 수
없었다. 갑자기 눈앞에 아내가 나타났다.

"여보,기적이 일어났지 뭐유. 인공호흡기가 필요없어요. 이봐요.
그것없이도 숨을 이렇게 쉬잖아요. 게다가 1주일 뒤면 퇴원할수 있대요.
자세한 건 수술뒤에 이야기 드릴게요"
아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벽에 걸린 벽시계가 보였다. 8시5분전이었다.
그걸 보자 그의 눈에 갑자기 경련이 일어나고 얼굴은 절망감으로 크게
일그러졌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발전기에다 그가 설치한 것은
무엇일까.

[ 답 ]

8시에 맞춘 시한폭탄을 발전기에 장치했다. 발전실을 폭파해버리면
전기가 끊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공호흡기가 작동을 멈춰 아내는 죽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5분후 전기가 끊겨 병원이 암흑에 휩싸이면 준태는
수술을 받을수 없게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