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찾은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강기업 내부는 철근을 제조할 때 쓰는 가열로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 가열로는 이 일대 지역난방을 맡고 있는 A사에는 ‘보물’ 같은 존재다. 여기에서 나오는 폐열로 물을 데워 인근 6만 가구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폐열 난방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상당 기간 적자를 본 A사는 시스템이 궤도에 오르자 흑자기업이 됐다.A사를 비롯한 민간 지역난방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지역난방 요금제도를 개편하기로 해서다. 민간기업은 ‘요금을 낮추거나, 원가를 공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요금을 인하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원가를 공개하면 기밀이 유출된다. 민간업체들이 한목소리로 “반시장적 정책”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요금 낮추면 적자 불가피”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데워 가정에 공급하는 난방 방식이다. 부족한 열은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채운다.민간사업자 난방료의 기준은 국내 지역난방 시장의 50%(약 180만 가구)를 차지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이다. 민간기업은 지역난방공사가 정한 기준요금의 100~110%만큼을 부과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규모의 경제’ 덕분에 원가 경쟁력이 높은 데다 인프라도 잘 갖춘 만큼 민간 사업자에 최대 10% 높게 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보다 10%를 더 받아도 사업 초기엔 수년간 적자를 낸다”며 “신도시가 들어서도 모든 가구가 입주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난방료가 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지역난방 요금 책정을 시장에 맡긴다.미국은 지역난방기업이 대학, 병원, 정부청사 빌딩 소유주 등과 20년 이상 장기 계약하면서 난방 요금도 함께 정한다. 난방료는 에너지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천연가스나 원자력 발전 단가 등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미국 지역난방업체는 원유보다 저렴한 천연가스나 원자력 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쓴다. 원가를 절감해야 회사 수익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시장에서 지역난방 요금을 정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지역난방 시장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2022년 기준 81개사가 142개 지역에 난방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독일은 ‘지역난방 왕국’으로 통한다. 전체 난방 시장의 14%(597만 가구)를 책임질 정도다. 천연가스와 석유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지역난방 요금은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된다. 정부가 지역난방 요금을 통제하면 기업이 투자를 꺼려 자칫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시장가격에 연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들어선 요금 책정을 기업에 맡기는 대신 가격 비교 플랫폼과 분쟁 해결 제도 등을 도입, 소비자가 요금을 높게 정한 업체에 직접 불만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스웨덴은 2013년부터 지역난방 요금을 기업과 소비자가 협의해 정한다. 정부 역할은 중재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을 꺾을 뿐 아니라 생산비용을 부풀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김진원 기자
“십수 년간 장사만 하다가 다른 일을 찾으려니 난감합니다. 가장 빨리 딸 수 있는 자격증부터 취득해서 밥벌이라도 하는 게 우선이죠.”지난해 18년간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고 요양보호사 취업을 준비하는 50대 남성 구직자 김영상 씨(가명)는 “좀 더 공부해서 평소 관심 있던 자격증을 따고 싶지만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김씨 같은 폐업 소상공인이 적절한 재취업 교육과 재기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해 요양보호사, 간병인, 간호조무사 등 단순노무 취업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소상공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연계 이·전직 고용서비스 모델 연구’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한 폐업 소상공인 1만4054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묻자 ‘요양보호사, 간병인’이 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료 조리사(4.4%), 재가 요양보호사(3.9%), 간호조무사(3.4%)가 뒤를 이어 ‘돌봄’ 관련 직업이 상위권을 휩쓸었다.국민취업지원제도 중 직업 훈련을 받은 폐업 소상공인 7357명이 어떤 훈련 과정에 참여했는지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요양 지원(요양보호사, 간병인, 재가요양보호사)이 24.7%로 가장 많아 2위 사무행정(9.0%)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 여성만 놓고 보면 29.9%가 요양 지원에 쏠렸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한 상담사는 “폐업 소상공인은 생계 문제로 ‘묻지마 취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엔 남녀 불문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요양보호사로 몰리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폐업 소상공인도 정보기술(IT), 인공지능(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