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현명한가. 다른 것은 몰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만 키우고
농촌을 버려진 땅으로 방치한 점에선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서울을 두고보자,이게 사람이 사는 곳인가.

차량 평균시속 20 내외,51%의 직장인이 아침을 거른채 새벽출근해야하는
교통지옥,세계 2위의 아황산가스오염과 혼탁도,동경의 4배의 혼잡에 80년대
중반이후 내리기 시작한 산성비등 사회혼탁과 공해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었다고 봐야한다.

사람답게 사는 나라치고 우리처럼 수도에 인구의 25%가 모여 있는데가 이
지구상에 어디 있는가.

수차에 걸친 국토개발계획에서도 항상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수도권
인구억제에 두어 왔지만 실제로 이런 저런 이유로 역대 정부가 오히려
수도권을 키워 온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부 역시 수도권에 인구 5만~10만규모의 신도시 2~3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한다. 지난5년여동안 신도시 5개를 건설해서 어떻게
됐는가. 여전히 50% 내외의 가구가 셋집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있다.

120여만의 인구를 추가함으로써 결국 서울만 키운 것이다. 이는 집문제
마저도 신도시 건설이나 주택물량공급 만으로 해결 될수 없음을 말한다.
여기에다 도시생활이 집만 있다고 되는가. 적당한 일자리는 물론이요,먹고
즐기고 움직이고 배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그들이 농촌에
머무르면서 살게 하는 비용보다 3배이상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질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같은 문제는 바로 사람이 한곳에 적정선을 넘게 밀집한 과잉도시화에
근본원인이 있다. 과잉도시화는 과잉이농에,과잉이농은 농촌의 저개발
방치에 근본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과잉도시화에 따른 각종
비인간적 도시문제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농촌을 집중 개발하여 "삶의
공간"으로서의 매력과 기능을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서울권의 주택부족을 신도시개발로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근본을 다스리지 못하는 단순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2년동안에 100여만명이 도시로 쏟아져들어오는 과잉이농의 대열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면 총량개념의 주택보급률을 높이려고 아무리 새로
집을 지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쯤에서 정부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현명한 결단을 내리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한계를 넘은 교통지옥과 공해,사람에 시달리면서
생기는 인명경시와 무차별적인 적대감,공간의 절대부족에 따른 정서적
빈곤등 총체적 비인간화 현상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것이다.

농촌에도 사람이 살도록 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불리한 교육환경과
불편한 주택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반시를 포함한 농촌지역의 중고교엔 경쟁입시제를 부활시켜 우수중고교가
농촌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육성되게 하고,대도시 중고교는 입학정원의
일정률을 농촌출신에게 할애하는 "쿼터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그리하여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까지 하거나,국민학교 저학년부터
도시로 보내 두살림을 하게하는 일을 막아야할 것이다.

농촌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농촌에도 현대식 아파트를
지어 주거생활면에서 도시수준의 문화생활이 가능토록 해야한다. 젊은
여성들이 농촌을 기피하는 주요이유가 농사일의 고됨보다도 재래식
독립가옥의 불편함에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존주택의
개량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며 독립가옥은 노인들의 주거생활에
불편할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이같은 농촌아파트는 잔여 노인세대들이 말년에도 자식따라 도시로 나갈
필요없이 정든 고향에서 친구들과 여생을 즐길수 있게 한다. 이는 바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고부간 갈등및 이에따른 노인문제의 해결책도 된다.
이렇게될 경우 버려진 땅으로 치부하고 있는 우리의 농촌이 2000년대엔
우리의 "보물"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면서 농촌나들이는 필수적이 될것이고 쾌적한
농촌의 주거환경은 도시인들의 발걸음을 묶어두는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농촌에 세워질 아파트의 절반정도는 농협이 맡아서 농촌에 연고가 없는
도시민들도 콘도형식으로 이용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농촌이
단순히 먹거리 생산의 장에서 벗어나 푸른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경제외적
역할을 하게된다. 그렇게될 경우 농촌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수 있을 것이다.

농촌아파트를 비롯한 농촌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신도시개발의 재원은
물론 그동안 도시에의 집중투입으로 과잉 도시화를 가능케해온
주택은행자금을 농촌에 집중투입해야 하며 신농정도 사회개발이 크게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분산된 정부의 농촌개발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할수 있도록 농업생산중심의 현농림수산부도
농어촌개발부로 개편하고 농촌개발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추진될수 있도록
농협의 관련기능도 강화돼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