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개편의 태풍을 일단 비껴서게 된 단자사들이 잇달아 창립20주년을
맞아 "성년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활로찾기에 분주하다.

대한 동양 중앙등 서울지역 3개대형선박 단자사들이 창립 "스무돌"의
테이프를 끊게되는 것. 동양이 3일,대한이 14일에 각각 20주년을 맞게되며
중앙투금은 영업개시일인 오는 9월1일 20주년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단자업계에선 맏형격인 이들 회사가 20주년을 맞게 됨으로써 단자사들도
비로소 "성년식"을 치르게 된 셈이다. 이에 앞서 지방단자사인 부산투금과
영남투금(대구)이 지난5월 이들 3개사에 앞서 창립20주년을 맞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단자업종이 태동하게 된 배경이 "사채"로
대변되는 지하금융시장의 제도권흡수에 있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단자발족 20년"은 우리나라 금융사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고도
할수있다.

단자사들은 설립이후 사채자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산업자금화하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해온게 사실이다. 현재 단자사들이 운용하거나
중개하고있는 자금규모는 30조원가까이에 이른다. 은행등 다른
금융기관들과 달리 여신대상이 기업에만 국한돼있는만큼 이들 자금이
고스란히 산업계로 흘러들어가 운용되고있다.

특히 단자사들은 6개월미만의 단기자금운용에 특화하면서 대출시의
의사결정이 신속할 뿐아니라 대부분자금이 특별한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대출되는 관행을 확립,우리나라의 금융발전에도 기여한바가 적지않았다.

단자사들이 이처럼 우리금융계에 기여한 "공"이 적지않았던 반면 지나친
상업주의적 속성에 치중한 나머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져온것 역시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갖가지 금리규제등을
받아가며 영업력이 위축돼오는 동안 단자사들은 상대적으로 배타적
고금리영업을 인정받아 손쉬운 장사를 해왔다. 특히 기업들이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에 시달려온 "특수상환"에 편승,양건(꺾기)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불려온 것도 사실이다.

단자업계가 최근의 금융산업개편에서우선적인 "정리대상"으로 지목됐던것
역시 이같은 단자사들의 "한계"가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최종적인
금융산업개편계획에서는 당장의 업종폐지는 일단 보류됐다지만
궁극적으로는 종합금융회사와의 업무영역통합을 거쳐 종금사로 전환하거나
단기자금중개업무에만 치중하는 전문중개금융회사로 몸집을 줄여야 하는게
단자사들의 "신세"라면 신세다.

이런 상황에서 창립20주년을 맞아서인지 해당 단자사들은 대부분
기념식만을 조촐하게 치르고 넘어갔거나 그럴 계획으로 있다.

이들 단자사는 대신 "살 길"을 찾기에 분주하다. 이중엔 내년에는 20년간
정들었던 단자사로서가 아니라 종금등 다른 금융기관으로서 21주년행사를
치르는 회사도 있을것 같다.

럭키금성그룹계열의 지방사인 부산투금은 지난 5월의 기념식때 이미
종금사로의 전환계획을 발표,증자등 전환준비에 부산한 모습이며
영남투금역시 종금전환을 타진중이다.

서울 3개사들은 아직 전환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여러갈래로
진로설정에 부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투금은 종금사로 전환하거나
정부가 금융산업개편계획에서 밝힌 제2장기신용은행신설방침을 구체화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과 합병,이에 참여하는 방안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투금과 중앙투금도 당장 종금사전환계획은
없지만 어차피 정부가 확정한 금융산업개편방침에 따라 96년이후엔
자연스레 종금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이에 대한 대비에 분주하다.

이와관련,서울사들은 종금전환에 대비한 경영다각화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동양이 최근 팩터링자회사설립계획을 확정,재무부에 신고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이고 대한은 8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대한창업투자의 자본금을 지난달 2백억원으로 1백%증자했다. 중앙은
중소기업대상의 팩터링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신용한도를
늘려 설정하는등 그동안 어음중개일변도였던 영업구조를 다양화하기에 다들
분주하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