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들은 넓은 하늘중 한조각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좁디좁은 우물속이 세계의 전부인양 그속에서 지지고 볶는다. 아마도
끝닿은 데가 없는 하늘에 비행기가 무수히 날아다니고 있는 것도 모를지
모른다. 이런 형국의 위험은 조선때의 쇄국정책이 식민시대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지말고
망원경으로 보다 넓게 멀리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에 우리는 직면한 것이다.

한국신문들의 1면 머릿기사에서 세계문제는 거의 실종되었다. 그것은
우리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세계문제는 멀리 밀려났음을 나타낸다. 사정과
개혁이 판을치는 속에서 세계문제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는 판단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한가한것은 우리자신이다. 한국의 안위는 여전히
국제경쟁에 걸려 있으며 남들은 죽어라고 뛰고 있는데 우리는 신발끈만
매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과 개혁도 결국은 더 건강하고 힘차게 세계로 뛰자는데 목표가 있다.
일종의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목욕하기에만 전념하고 그것이 일자체를
밀어내고 있는것도 모르고 있으니 목표실종을 우려하게 된다. 한때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벌어졌던 일더하기운동이 지금은 싸움 더하기로 바뀐 꼴이
아닌가. 기업들은 이미 세계방방곡곡에 진출하여 피나는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데도 조야의 관심은 내부문제에만 집착되어 있어 치열한
국제경제전쟁에의 대응은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계의 경제전쟁은 21세기의 패권을 놓고 무섭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정부는 그동안 금기처럼 돼왔던 산업정책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으며 자유무역에 어긋나는 관리무역도 서슴없이 강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IBM의 한 퍼스컴 공장에서는 코스트혁명을 완수했다.
믿기 어렵게도 이 공장에서는 한국과 대만회사의 고유브랜드를 OEM으로
수주받아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거대기업 IBM의 역상법이다. 지금까지 싼값을 무기로한 아시아
신흥공업국보다도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실증이다. 이 공장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대만보다 더 싼 생산코스트 실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제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등에 가격경쟁력이 뒤처질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을 받게된 셈이다.

독일경제도 비록 통일비용으로 주춤거리긴 하지만 독일은행을 모함으로한
유수한 기업집단들이 통합EC의 맹주가 되기위해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집단주의를 바탕으로 한 독일의 기업집단들이 EC를 주도하게 되면
그 힘이 바로 세계적 경제패권으로 통하게 된다.

공동체적 일본의 기업집단들도 불황으로 어려움이 크지만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세계선두에 서있다. 불황을 통해 오히려 난공불락의 경쟁력을
구축하자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질로서 남이
넘볼수 없는 경제1등국을 굳히자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등장한 것이 슘페터경제학이다. 정부가 산업계를 지도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정부가 유효수요를 조정하는 케인즈유정책만으론
한계가 있어 일본경제의 재구축을 개척정신에 충만한 기업가들의
이노베이션에 의지하자는 사고의 전환이다. 바로 산업정책의 본산이었던
통산성이 슘페터파로 전향한 것이다. 혼다는 오토바이만 만들고 4륜차엔
참여하지 말라고 하여 본전종일랑회장을 분노하게 했던 통산성이 그 제동을
뚫고 세계굴지의 승용차메이커가 된 기업가 정신에서 일본경제의 새길을
찾았다고 볼수 있다.

정부주도로 산업의 새지도를 그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상기하지 않을수
없다.

세계경제전쟁은 각국 거대기업간의 동맹에서도 그 긴박감을 실감할수
있다. 반도체 컴퓨터 의약품 HDTV등의 세계전략에서 한나라의
기업만으로는 힘에 부친다는 인식이 거기에 깔려있다. 그런 세계적
기업들에 비해선 턱없이 왜소한 우리기업들이 무서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는 새로운 경쟁을 어떻게 헤치고 나갈지 궁금하다. 후발국들의 추격뿐
아니라 선진국들의 기술과 코스트혁명은 우리경제의 생존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같은 세계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소모적 내연만 거듭하고 있는
우리는 근시안이 아닌가 의문이 간다.

경제문제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기근,세계적 종교분쟁,인종분쟁,문화적
추이등도 우리가 세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꼭 살펴야할 일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폐증환자처럼 자기내부에만 골몰하고 있다. 건강회복과
스스로를 할퀴는 자해행위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를 넓게 멀리 볼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의 참모습과 위치를 확인할수
있다. 현미경으로 내부만 살피면서 망원경을 보지 못하면 미래가
안보인다. 우리가 서야할 좌표축을 잃게되어 세계 경제전쟁에서 부랑아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