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침부터 문상객들이 줄을 이은 서울 목동3단지아파트 321동 504
호는 야당가에서는 `목동''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휴식처와 사적인 만남의 장소로 애용해 80년대 중반부
터 이른바 `동교동계''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85년 2월 김대중 `선생''이 미국망명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정치활
동을 재개한 뒤부터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올 2월 영국`유학''을 떠나기까
지 7년여 동안 그에게 조용한 안식처를 제공했던 동서 김소환(71.전 한
국주택개발 사장)씨가 이날 새벽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침 영국에 머무르고 있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김 전대표는
처제 이미호(69)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인을 회고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전대표는 중대한 구상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비밀스럽게 사람을
만날 때도 `목동''을 찾곤 했다. 89년의 5공청산 합의나 91년의 야권통합
때는 물론이고 87년 대선과 91년 광역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목동에서 `
칩거''하며 휴식과 함께 생각을 가다듬었다.

방 3개인 이곳에는 김 전대표 전용 방 한칸이 마련돼 있어 책상과 침대
가 언제나 깨끗하게 준비돼 있다.

측근들은 동서 김씨 부부가 워낙 김 전대표에게 편하게 해주어 김 전대
표가 이곳에 가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으며 평균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들
른 셈이어서 사실상 `DJ구상''의 산실이라고 말한다.

김 전대표의 보좌관을 역임하며 자주 목동에 들렀던 최재승 의원은 "
고인은 평소에 `이모부''로 부르는 동교동 식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었다"고 말하고 "선생님(김대중 전대표) 곁에 꼭 계셔야 할 분인데
먼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