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자 한국경제신문의 "나의 제안"란에 생수시판허용 논리를 피력한 현대
경제사회연구원 최주섭 수석연구원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사회에서 수돗물과
생수시판에 관련된 정치경제적 논리의 대립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물"문제는 고도의 가치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흑백논리의 잣대로 남의
생각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현실의 물문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이 상호조율을 통해 정책입안 및 집행에
올바르게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수석연구원의 견해에 몇가지 이견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생수시판불가냐,허용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수시판은 외국인에게만 한정하고
내국인에게는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국의 아무런 법적
제재조치없이 생수가 생산되어 일반소비자들에게 배달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서울고법의 신규허가 금지조치에 대한 부당판결은 그 내용이
기존허가업체와 신규허가요구업체와의 공평성 차원에 대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생수의 대중화 및 서울고법의 판결결과를 생수시판허용
논리로 접목하는 관계당국의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둘째 최수석연구원은 실질적으로 도시민들이 마실 물의 차별화를 인정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는데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했는가 묻고 싶다.
필자는 아직도 달동네에 사는 우리 이웃들의 대다수가 충족하지도 않는
수돗물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또 백보를 양보하여 그 주장대로 차별화가 보편화되어 국민들이
수돗물을 애용하지 않는게 사실이라면 관계당국이 천문학적 숫자의 재원을
투입해 실시하는 수돗물 정화사업은 낭비적 비효율적인 사업이므로 즉각
중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도출된다.

셋째 최수석연구원은 상수원의 수질악화,고도의 정수시설 미설치,노후된
상수관망,수돗물 저장탱크 불량등의 문제를 들어 맑은 물의 공급이
수년내에 이행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생수시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존하는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우선 피해가고 보자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이는 마치 빈대 몇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격이다.

넷째 엄격한 기준마련과 가격통제방법의 동원등을 통해 생수시장및
생수제조업체를 제대로 규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는데 87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관계당국의 생수관련 행정능력을 보면 그의 주장대로 될 것
같지가 않다. 또 생수시판이 본격적으로 허용되어 어느정도의 시장규모를
갖게 되면 당장 선진국들의 생수시장 개방압력에 빌미를 잡히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될 때 가격통제 방법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생수시판을 허용하면 안되는 중요한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우리생명의
젖줄인 상수원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감시하는데 온국민적 관심을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세대 뿐만아니라 우리후손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맑은 물의 확보 및
보전의 문제는 경제성장을 비롯한 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위로는 대통령부터 생수시판 배격운동에 앞장서야
할것이다. 따라서 지난번 관계당국이 무책임하게 결정한 생수시판
허용조치는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