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차로는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이란 독특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라운드어바웃이란 쉽게 말하면 원형의 로타리인데 우리나라
식의 교통광장과는 좀 다르다. 영국의 도로체계는 신호등 대신 이같은
라운드어바웃으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 라운드어바웃의 핵심은
질서의식이다. 자동차의 통행이 좌측통행이므로 좌측에 있는 자동차가
우선통행권을 갖는다.

이 우선통행권이 곧 신호등인 셈이다. 따라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교통이 복잡해도 영국인들은 철저히 이를
지키므로 자동차들이 차례대로 라우드어바웃을 돌아 막힘없이 쑥쑥 빠져
나가게 마련이다.

신호등에 의한 교차로는 보통 4방향이상이되면 통제가 힘드나 영국의
라운드어바웃은 5방향,6방향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이 시스템은
자동차가 밀리지 않을 경우 교통용량이 훨씬 높고 주행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영국에 사는 동안 필자는 이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에 익숙해 지느라 꽤
애를 먹었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먼저 빠져 나가겠다는 자동차들로
뒤얽혀서 엉망이 되기일쑤일 것이다.

앞차나 뒷차가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면 우리나라에서는 비키라는 뜻이다.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양보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길이 막혀도 양보할 때는 언제나 양보한다. 비집고 들어온다고
눈을 부라리거나 어물거린다고 크락숀을 눌러대는 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만2천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자동차가 몇배 많은 영국에서는 5천명 밖에 안된다. 질서를 지키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동차시대에 맞는 자동차문화를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