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하향안정세를 유지하던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여 통화당국은 물론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금리상승을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맞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신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3,4,5월의 3개월간 3조원이상의 통화가
공급되었다. 그런데 수요측 사정은 어떤가.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나 민간의 소비도
안정적이다. 이와같이 돈은 많이 풀렸고 돈을 쓸 사람은 많지 않은데
어떻게 금리가 오를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통화는 어떤
경로를 통해 풀렸건 결국 금융기관으로 환수되게 마련인데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돈이 많이 풀렸다는데 왜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은 좋지 않은가.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5월의 총통화(M
)증가율이 목표치인 18.0%를 넘어서자 한은이 통화관리를 강화한 탓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시중은행들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강제인수시키면서 돈을
거둬갔다. 이것을 RP규제라고 한다. 한은은 또 통화채를 새로 발행하여
금융기관들에 인수시켰다. 이러다 보니 은행은 대출여력이 없어졌고 다른
금융기관들도 여유자금이 줄어 콜시장에 자금을 넉넉히 내놓을 수 없었다.
따라서 콜시장에 자금경색이 오면서 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설명은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다보니 금융기관들이
여유자금을 비교적 장기로 굴리고 있다가 무슨 이유에서건 단기자금수요가
살아나자 순식간에 자금부족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단기자금이 부족하게 되면 콜시장에서 급전을 빌리거나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 그런데 한은의 통화관리강화로 콜시장에
자금이 넉넉지 않아 금리가 올가간다는 것이다. 또 콜시장에서 충분히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급매물의 값이 하락하듯 채권수익률(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단기적 자금수요가 발생했을까. 최근 증시가 활황이어서
주식투자를 위한 자금수요가 있었고 수출이 회복되는데 따른 투자수요가
일부 나타나고 있으며 하반기에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자금사정이
어려워질것으로 예상한 대기업들의 자금확보 목적 가수요등을 지적할수
있겠다.

이와같이 분석해볼때 최근의 금리상승은 아직은 전반적인 금리상승이라기
보다 금융기관들의 일시적 자금난때문이라고 볼수있다. 그러나
콜시장으로부터 돈을 빌려가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볼때 콜금리는
자금조달금리이기 때문에 여기에 얼마를 더 얹어 기업에 대출해주게 된다.
따라서 조만간 시중금리도 어느정도 상승하게 될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정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콜시장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통화관리나 금리정책은 조금 다르다. 앞에서 설명한
RP규제를 가장 즐겨 사용하는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처럼 공개시장이 형성되어있지 않기때문에
현재로서는 이같은 방법을 사용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한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나 은행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한은이 언제 RP규제를 할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은은
시중의 자금사정보다는 통화관리목표를 주로 고려하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한창 어려울때 한은이 "느닷없이"돈을 거둬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은행들의 불평이다.

은행의 자금사정에 변화가 생기면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과 다른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시중금리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RP규제는 통화량뿐 아니라 시중의 금리수준까지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은이 가진 두번째 정책수단은 유동성 조절자금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은은 B 자금(유동성조절자금)과 B 자금(벌칙성자금)이라는 두가지 수단을
가지고 있다. B 자금은 은행이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할때 한은이 빌려주는
자금이다. B 자금은 은행들이 지불준비금을 제대로 쌓지 못했을때 지준을
쌓도록 돈을 빌려주면서 높은 금리를 매기는 벌칙성 자금이다.

문제는 이들 자금의 금리가 시중의 실세금리와 관계없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벌칙적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앞으로 B 자금은 콜금리에 연계시키고 B 자금은 콜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여 벌칙성을 강조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은이 자주 사용하는 RP규제나 B 자금은 본질적으로 금융기관의 자금량을
조절해 시중의 통화량에 영향을 주려한다는 점에서 통화량중시
정책수단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통화량을 중시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통화량의 증가율에 너무 집착하는 통화관리방식때문에 금리의
변동폭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부진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중요한 이유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결정하는 금리 임금 물가등 3가지가 모두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그동안의 통화관리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올 하반기에 제2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될 예정으로
있고 96년까지는 제3단계 금리자유화가 실시되어 사실상 금리자유화가
완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부터라도 금리정책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