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절강성 성도인 항주시. 이 도시의 TV는 요즘 매일 저녁 이튿날 시내
전기가 끊기는 곳을 알려준다. 해당지역은 가정은 물론이고 공장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금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되었다. 수도인 북경에서도 전력을 제한공급하는 사례가
발생하곤 한다. 이는 에너지부족 문제가 어느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이다.

중국의 에너지 부족및 사회간접자본(SOC)낙후가 지속적인 산업발전에 주요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하루가 멀다고 뛰고있는
에너지가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89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석유 석탄 전력등 에너지 생산이 수요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90년을 기점으로 역전됐다. 90년에
생산과 수요가 각각 6억5천만t(석탄 원유 천연가스 전력의 합을 원유로
환산했을 경우)으로 간신히 균형을 이룬후 91년에는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약3천만t웃돌았다(91년 추정수요,약6억8천만 ).

작년들어 에너지 수급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공업생산량 증가율은
14%에 달한 반면 에너지 생산량은 1.8% 증가에 그쳤다. 에너지 부족량이
확대된 것이다.

앞으로도 에너지 수급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더큰 문제가 있다.
중국은 오는 2000년까지 연 8~9%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기간 에너지 생산량은 연2% 안팎증가에 머물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에너지소비의 약76%를 차지하고있는 석탄의경우 2000년 수요가 작년
소비의 2배가량인 약23억t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이 계획하고있는
2000년 생산량은 14억t에 불과하다. 중국의 계획이 맞아떨어진다해도
앞으로 7년후 중국은 최소한 9억t의 석탄이 모자라는 셈이다.

전력은 만성부족 상태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는 공업수요의
급증에도 불구,생산은 정체상태를 면치못해 내년에는 석유순수입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부족에 따른 피해는 이미 산업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최대 경제신문인 중국경제일보는 에너지부족으로 전체산업시설의
60%이상이 정상적인 조업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국 철도의
약50%가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시설 미비문제도 에너지 부족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이다.
막대한 부존량이 있음에도 에너지문제로 시달리는 직접적인 이유는 철도
도로등의 운송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중국운송의 중심역할을 하고있는 철도의경우 지난10년간 연평균 운송량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이는 같은기간 공업생산증가율인 12.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현재 기차 차량은 하루에 12만량정도가 필요하지만 실제
차량은 5만7천대에 불과하다. 승객용 기차는 평균 정원의 1백50%를
실어나르고 있다.

현재 중국의 도로총길이는 약1백만km,이는 한국에 비해 2배가 채 못되는
수준이다.

통신시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개방도시 일부를 제외한 내륙
중소도시에서는 국제전화를 거는데 수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등 불편함이
많다. 북경의 국제전화 비용은 서방국 수준보다 2~3배가 비싸다. 중국의
현재 전화보급률은 1백명당 1.63대. 이는 1백명당 9.3대인 브라질에
비교하면 "원시적"수준임을 알수있다.

에너지 기간산업시설 문제가 최근들어 표면화된 이유는 경제성장에도
불구,이분야에 대한 투자가 도외시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의 개혁개방 추진과정에서 수출주도형 단순가공업에 역점을
두어왔다. 풍부한 인력을 이용,우선 달러를 벌고 보자는 계산에서 였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에너지개발및 기간산업시설 확충에는 눈돌릴
겨를이 없었다.

중국은 이문제가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등장하자
최근들어서야 비로소 문제해결에 나섰다.

지난3월에 북경에서 열렸던 제8기 전인대에서 추가화부총리는 "경제발전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위해 앞으로 5년간 통신 에너지 철강 도로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인민건설은행은 앞으로 3년간
기간산업투자자금으로 약4백28억달러를 책정했다. 중앙정부의 에너지산업
투자계획에 따라 양자강 삼협댐이 건설되고있고 주요도로의 신설및
확장공사가 계획중이거나 공사중이다.

중국은 또 이분야 개발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지난3월이후만 하디라도 발전소 건설 통신시설 설치및 운영,타림유전
개발사업등에 외국인투자를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에너지와 기간산업시설 분야에 대한 투자가 경제실익을 발휘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오는2000년까지 이 분야개발이 산업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수준에 달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에너지 부족및 기간산업시설 미비로 인해 발생한 병목현상이 해소되기에는
아직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