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역곡절 끝에 통계청이 지난25일 발표한 시도별 "도내총생산"(GRP)이
적지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GRP는 각지역의 산업별로 발생한
소득규모를 통해 지역경제실태를 포괄적으로 나타내주는 종합지표로서
국민총생산(GNP)과 마찬가지로 생산,분배,지출의 측면에서 각각 추계될수
있는데 이번 자료는 생산측면에서 파악된 것이다.

이미 내무부(65~86년)와 서울시(73~87년)에서 지역소득통계를
집계한적이있으나 통계작성의 일관성과 정확도가 떨어져 통계청이 83년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85년부터 GRP실적치를 작성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통계자료를 발표하게된 까닭은 지역별
경제력격차가 GRP를 통해 확인되면 지역감정이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자료내용을 보면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예상대로 서울과 부산을 축으로
수도권과 영남지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91년도 GRP와
1인당 GRP를 봐도 제조업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남북과
서울,경기,인천등의 지역이 전국 평균이상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는 전남북과 충남북 제주등지의 산업구조에서 농업비중이 작아지고
제조업비중이 커지면서 85~91년간 1인당 GRP증가율이 영남이나 수도권보다
높았다는점이다. 따라서 1인당 생산규모의 격차를 나타내는 변이계수도
85년의 20. 6%에서 91년에는 15. 7%로 줄어 지역별 경제력격차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는 85~91년간 도내총생산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경기도이며
그결과 수도권의 비중이 85년의 42. 6%에서 91년에는 45. 8%로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80년대에 추진된 수도권집중억제,나아가 균형있는
지역개발이 완전히 실패하였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1인당 GRP는 지역별 부가가치생산액만을 나타내줄뿐 시도간 소득이전을
고려하는 분배소득이 아니므로 이 자료가 지역별 소득격차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산활동은 지방공단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소득의 대부분이 가족이 살고있거나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송금되는 현실에서 시도간 소득이전을 고려하면 경제력의
수도권집중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또한 선진국의 1인당 GRP도 최상위지역과 최하위지역이 2배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1. 7배의 차이를 나타내 상대적으로
지역격차가 덜하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지방자치제가 시행되어온 선진국에서는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간의 경쟁이 치열하며 따라서 지역격차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자원배분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모든 지역의 행정과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우리의 경우 지역격차는 편파적인 정책집행의 탓이
크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좋은 일도 아닌데 떠들지말고 덮어두자"라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이제 문민시대를 맞아 밝힐 것은
밝히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같은 관점에서 이번 통계청의
발표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