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고속성장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중국은 오는 2000년대초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밝힌 보고서에서 중국경제력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3위로 성장했다고 분석했었다. 과연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최근들어 인플레가속등 고속성장의 병폐도 나타나고있다.

중국은 우리경제의 중요한 협력파트너이자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국경제의 현황과 전망은 우리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중국경제의 당면과제와 문제점등을 심층분석해본다.
<편집자>

"만약 중국이 현재 나타나고있는 초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지난89년 발발한
천안문사태와 같은 대대적인 정치불안이 초래될 것이다"
이는 강택민 중국국가주석겸 공산당총서기가 최근 고위지도자들을
상대로한 연설에서 밝힌것. 중국이 인플레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25일 강주석이 최고실력자 등소평의
지시에 따라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고 전했다.

중국경제가 또다시 과속성장 여파에 따른 인플레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천안문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인플레였음을 잘 알고있는 중국당국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지난13일 상해에서 열린 국제교류협회 정기회의 회의장에 주용기부총리가
이 회의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현중국 경제 상황을 피력했다.

"지난 6개월동안 투자및 공업생산의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인플레 압력이 점점 가중되고 있고 자금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금융시장이 경색됐다. 그런하 하면 지역간 경제발전 차가 심해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5월13일 로이터통신 보도)
주부총리의 이 발언은 현 중국경제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부총리가 정부내에서 경제 정책 전반을 수립하고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 말은 곧 중국경제가 그간의 쾌속
성장에서 성장억제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 하기도 한다.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 지표를 보면 주부총리의 우려가
어디에서 나온것인지 쉽게 알수있다.

지난해 12.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중국은 올해 들어 성장세가
더욱 가파라졌다. 지난 1.4분기중 국내총생산(GDP)은
5천2백78억원(약8백97억달러)으로 작년같은 기간보다 14.1%가 늘어났다.
공업생산액은 7천4백41억원에 달해 경제개혁이후 분기별 증가율로는 가장
높은 22.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속성장은 필연적으로 고인플레를 낳았다. 1.4분기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8년이래 가장 높은 8.6%에 이르렀다. 특히 35개
주요도시의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2배수준인 15.7%를 기록했다. 이는
천안문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인 88년 물가상승률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경제가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총리가 지적한대로
과도한 투자에 있다. 올1.4분기중 중국의 고정자산투자액은 작년같은
기간보다 무려 68.9%나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었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보다 32%가 늘어난 1천7백54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풀린
돈이 사회총수요의 증가를 가져와 인플레를 부추기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에너지및 원자재가격의 폭등현상 산업수요의 증가로
에너지의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현상이 초래되자 에너지 원자재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중 철강 시멘트등 건설자재 가격은 약
40.4%가 올랐다. 또한 이기간 주요 도시의 가솔린 값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4%가 폭등하기도 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폭등은 자유화
조치가 시발이 된 것으로 석탄및 전력등도 급등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인플레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주요 도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를 피하려는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부동산시장및 귀금속시장으로
유입되는등 투기성 자금으로 변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일부 은행은 현금이
없어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같은 상황은 건전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의 자금배분및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부가 일부 개발지역으로 편중되면서 지역간 빈부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는 계층간에도 소득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과거 중국으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던 일이다. 지난해 도시지역의 1인당
연간 수입은 1천8백26원이었던데 비해 농촌지역의 수입은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7백84원에 그쳤다. 게다가 농촌지역은 문화수준이 매우 낮아 매년
수백만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은 인플레로 야기된 이같은 경제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경기안정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금리인상을 통한 금융긴축정책을 실시했다. 당시 중국은
대출 금리를 기존의 8.64%에서 9.36%로 인상했다. 또한 중국은 과도한
투자를 막기위해 각 성정부에 투자허가 절차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했다.
그런가 하면 외국기업에 대한 부동산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새로운
개발지구의 설정및 외국기업 투자에 대하여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긴축정책만을 쓸수 없다는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중국 주요 도시에는 일자리가 없어 떠도는 "맹류"들이 넘치고 있다.
농촌에서 올라왔거나 적자를 보고있는 국영기업에서 쫓겨난 이들은 지난
천안문사태 때도 그랬듯 언제고 사회불안을 일으킬 성향이 강하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위해서도 일정속도의 성장은 유지해야 한다.

중국정부는 주요 도시의 실업인구가 근로 신고 노동자의 2.5%에 해당하는
4백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적자 국영기업에 명목만 소속되었을 뿐
실제는 실업상태의 근로자 1천5백만~2천만명은 제외됐다. 또한 약
5백만명의 이농인구가 도시의 실업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적어도
2천5백만여명이 직업없이 도시에 남아있는 셈이다. 국제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도 지난 89년과 같은 지나친 경기억제및 개방정책 후퇴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국제 경제체제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다시 문을 걸어 잠근다는 인상을 주게되면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도
크게 줄것이 뻔하다.

성장이냐 안정이냐를 놓고 중국은 다시 한번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