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신경제계획을 추진중인
정책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통화증가율이 목표치를 웃돌만큼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 물가불안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은데
기업의 설비투자는 꿈쩍도 않고 있으며 동시에 시중 실세금리는
조금씩이나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금리안정을 다지기 위해 올 2.4분기에는 통화관리를
신축적으로 하기로 하고 5월중 총통화증가율목표를 18%로 높였으나 이달
15일현재 이미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8. 5%나 늘어났다.
총통화증가율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는 외국인 주식투자자의 자금유입과
국제수지적자 감소에 따른 해외부문에서의 통화흡수축소,그리고 가짜
양도성예금증서(CD)파동에 따른 자금이탈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해진 한은은 환매조건부국공채(RP)를 통해
1조9,000억원,통화안정증권의 배정으로 약6,000억원의 자금을 묶는 한편
가계대출이나 카드대출등 소비성대출을 최대한 억제해줄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번 풀린 돈은 다시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은데다 신경제계획에
따른 재정자금의 방출이 본격화될 것을 고려하면 올해 통화관리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통환관리가 강화되자 시중은행의 지준부족액이 적수기준으로
1조8,000억원을 넘어섰고 자금수급의 악화에 대비한 가수요까지 겹쳐 시중
실세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1. 6%로 완만한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시중금리를 하향안정시킴으로써 기업의
설비투자를 붇돋우고 이를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정책방향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금리는 사상 최저수준까지 낮아졌으나 기업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올1.4분기의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관리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다가 자칫하면 경기침체속에 물가상승이라는 최악의
어려움에 빠질수도 있다.

아직도 선진국진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우리 처지에는 경제성장의
필요성이 크며 지난 몇해동안 혹독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은 탓에 많은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고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는 있을수 있으며 순조로운 개혁추진을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제계획이 경제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경제안정을
소홀히 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나치게 경기회복을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심지어 최근 갑작스러운 정부기관인사의 배경이 신경제계획 내용에
대한 이견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것은 매우 유감된 일이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데도 금리가 낮다고해서 설비투자가 활기를 띠기는
어렵다는 점은 이미 되풀이해서 지적한바 있다. 더욱이 금리안정마저
낙관할수 없는 까닭은 물가안정이 안될 경우 실질금리를 보전하기 위해
명목금리가 오를수 있는데다 상호지급보증축소,내부자거래및 하도급
비리단속등으로 대기업집단의 운전자금수요가 늘어날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의 자금수요는 금리상승압력으로
직결되기 쉽다.

게다가 건설업체인 한양의 부실여파로 상업은행과 수많은 하청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해질 경우 자금수급의 경색과 함께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상승할
가능성마저 있다.

아울러 수출회복추세에 힘입어 순조롭게 경기회복이 이루어질 경우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에 몰려있는 시중유동성은 재금자금
방출등의 총수요 확대정책이 계속되면 물가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엔고에 따른 수입물가상승의 영향도 무시할수 없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금리안정을 통한 경기회복촉진은
불확실한데 비해 통화관리강화를 통한 물가안정은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성장을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신경제계획을 통해
재정자금의 조기방출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의 극대화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산업구조조정,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 등을 적극 추진하고 금리자유화와 금융산업개편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정비해야 하는 전환기에 물가안정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나 시행시기에 대한 견해는 서로 다를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개토론은 권장할 일이지 금지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