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천사의 시"(원제 Wings of Desire)에서 보여주는 것은 단절된
관계들의 회복이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동서로 분단된 도시 베를린의
통합이며 소원해진 인간관계의 회복이다. 대화없는 세대간의 불신은 허
물어지고 천상과 지상이 화합의 노래를 부르며 과거와 현재가 결합한다.
빔 벤더스감독은 사랑에 빠진 한 천사를 주인공으로 주인공으로 내세워
분열된 시대를 화합시키는 사랑의 서정시를 쓰고 있다.
감독이 자신의 제2의 데뷔작으로 의미를 부여한 이 영화는 제40회 칸영
화제 감독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를 휩쓸고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걸작
베스트10"에 선정됐던 작품.
"관객모독"등 언어극으로 정통 리얼리즘문학의 갑갑한 벽을 무너뜨리려
한 피터 한트케와 "파리 텍사스"로 일상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그렸
던 감독 자신이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의 배경은 분단의 도시 베를린이다. 이 도시에는 태초부터 인간의
삶을 지켜온 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세상의 일에는 끼여들지믄 못한채 그저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만
듣는다. 그 천사중 하나인 다미엘(브루노 간츠)이 외로운 서커스여인 마
리온(솔베이그 도마르틴)과 사랑에 빠진다.
창세기에서 현재까지 인간의 역사를 모두 바라보았던 다미엘은 인간의
삶이 지닌 가치에 회의를 품지만 결국 인간의 사랑을 택한다. 세상은
충분히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천사의 방관자적인 위치를 버리고 살냄새가 진한 인간으로 육화한 그의
사랑은 영화전체에 강한 상징성을 남겨준다.
황폐함과 사랑이 교차하는 베를린은 곧 인간세상 전체를 의미한다.
사랑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들의 따뜻한 걸합에 있으며
영화는 그 사랑을 통해 인간이 단절이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화합으로
나아갈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다미엘의 선택은 인간은 사랑이나 창작열같은 욕망을 가짐으로
써 자신의 존재를 초월할수 있음을 암시한다.
전통적인 플롯이 아니라 분절된 영상들을 엮어 하나의 이미지를 이뤄내
는 영화의 수법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결론이 조금 갑작스럽게
내려진다는 느낌도 주지만 보고나면 아름다운 한편의 영상시를 읽고난듯
한 매력을 남겨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