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들을 기울이기 시작하자,숙연했던 분위기는 쉬 부드럽게 풀려나갔다.

시즈부인의 세키에 대한 태도가 정말 친오라비를 대하는 듯 진정이
그쪽으로만 넘치는 듯하자,다카하시는 술기운에 슬그머니 샘이라도 나는 듯
짓궂은 농담을 꺼냈다.

"부인,작년 가을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신 모양이죠?" "무슨 일을요?"
"멋대가리 없는 남자라고 한 말 말이에요. " "멋대가리 없는 남자라고.
누굴요?" "허허허. 기억 안나세요?" "안나는데요. " "바로 이분을 두고
그러셨잖아요. "
다카하시는 세키를 가리키며 히들히들 웃는다.

"어머,내가요?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
시즈부인은 무안해서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자 세키도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뀐다.

"세키상도 그런 말을 듣게 됐었지요. 작년 가을엔 말입니다. "
다카하시는 이번에는 세키 쪽으로 짓궂은 농담의 화살을 돌린다. 양쪽을
한꺼번에 싸잡아서 무안하게 만들어 놓고 싶은 심뽀같다.

"아니,다카하시상,작년 가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군요. " "어린 시절 한 마을에 살았다는 부인의 얘기를
해도 그게 누군지 몰랐었잖아요. 처음엔. 기억 안나세요?" "아,나 또 무슨
얘기라고. " "기억 나시죠?" "허허허. 헤어진 지가 하도 오래돼서 처음엔
잘 머리에 안떠오를 수도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뭘. "
그제야 시즈부인도, "하하하. "
약간 수줍은 듯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다카하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지난해 가을의 일이 선명하게 기억에 와닿았던 것이다.

주기가 올라 얼굴이 불그레한 다카하시는 재미있다는 듯이 능글능글한
농담을 끝까지 이어 나가려 든다.

"이제 보니까 두 분이 마치 친남매 같으시다구요. 그런대 그때는 세키상이
내가 보기에도 좀 멋대가리가 없는 분 같더라구요. 시즈부인께 서 남편의
원수를 좀 갚아달라고 하더라니까,뭐라 그러셨는지 기억나세요?" "뭐라
그랬는데요?" "자기 남편의 원수를 왜 나한테 갚아달라지,하시면서
웃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