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대부'' 정덕진(53)씨에 대한 90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엄삼탁 당시 안기부 기획조정실장(현 병무청장)이 정씨의 부탁을 받
고 청와대.검찰 등 고위인사들에게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쳤던 것으로 드
러났다.
또 정씨에 대한 세무조사와 안기부 등 사정기관의 내사는 정씨가 카지노업
계에 진출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정계와 관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카
지노 대부'' 전아무개씨의 로비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청와대 사정수석 비서관실 신길용 경정은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정덕진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정씨의 동생 덕일(44.뉴스타관광개발 대표)씨가 11일 <한겨
레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음으로써 밝혀졌다.
덕일씨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90년 10월 형(덕진씨)이 엄삼탁씨
에게 `세무조사의 배경을 알아봐주고 조사가 중단되도록 힘써달라''고 부탁
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그뒤 덕진씨를 만나 "청와대.검찰 등 고위층에 얘기를 해봤으나 어
렵다"고 말해 "6공의 실세의원인 의원이라도 동원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
다고 덕일씨는 말했다.
정씨의 이러한 증언은 엄씨가 덕진씨의 부탁에 따라 활발한 로비활동을
펼쳤던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해 주는 것으로 앞으로 엄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