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요전싱가포르수상은 이웃나라 필리핀의 사회상에 대해 "민주주의는
범람하지만 절제가 결핍한 사회"라고 평한일이 있다. 마르코스 전대통령에
의한 30년 독재의 사슬에서 풀려나 필리핀의 관과민이 민주정치회복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경제건설을 위한 고통분담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는 요즘도 아무 예고없이 정전소동을 일으키고
한번 전기가 나가면 7~10시간씩 암흑세계를 이루곤 한다. 열하의
필리핀에서 정전이 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는 뻔한 일이다.

신설 발전소는 꿈에도 꾸지못하고 기존의 시설에 대한 보수도 제대로
못한지가 꽤 오래다. 자금부족이 첫째원인이고 정부의 대형프로젝트에
주민들이 일일이 반대하는 대정부 불신풍조가 두번째 원인이다. 그래서
에너지가 태부족인데도 필리핀국내에는 원자력발전소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한때 아시아의 우등생이었던 필리핀을 이처럼 아시아의 낙제생으로
끌어내린 주범을 찾아보면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를 들지않을수 없다.
마르코스가 철권독재를 휘두르며 긁어모은 "더러운돈"50억달러 대부분이
스위스은행에 비밀저금되어 있는것으로 아려져있다. 이런 거액의 자금이
필리핀으로 되돌아 오면 당장 국가경제가 숨통을 돌릴수 있을것 같으나 이
자금의 행방이 스위스은행의 두터운 금고속에 감추어진채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있다(지금까지 확인된 금액은 10%미만). 구두 3,000여켤레의 주인으로
유명해진 마르코스의 미망인 이멜다여사가 입을 열지않고 있으니
필리핀정부도 해볼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스위스은행의 단골들은 마르코스이외에도 비참한 최후를 마친 차우세스쿠
전루마니아대통령,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팔레비 전 이란왕등 철권으로
한시대를 누빈 독재자들과 마약거래와 폭력단과 관련이 깊은 검은 돈의
주인들이다. 우리의 박정권때에도 비밀계좌를 관리하기 위한 요원이
스위스에 상주하고 있었다니 우리와도 꽤 오래전부터 인연이
얽혀있었으리라 믿어진다.

전대통령의 딸 부부가 미국의 은행들에 예금한 돈의 원적이
스위스은행이라고 해서 화제의 대상이 되고있다. 수사과정에서 증거품으로
압수된 돈다발을 묶은 띠(Wrapper)에는 은행의 이름과 취급자의 사인이
뚜렷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검은돈의 행적이 꼬리의 한 부분이나마 곧
밝혀질것 같다.